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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서민 피눈물 특혜인출, 공정사회는 없었다

정말 황당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전날 이른바 VIP 고객 수십명에게 예금을 몰래 인출해준 겁니다. '은행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업정지라는 날벼락을 맞고 발을 동동 굴리고 있는 30만 명의 고객들이 피눈물을 흘릴 일입니다. 피해를 본 고객들은 부산저축은행에 몰려가 항의를 했고 곧 상경투쟁까지 벌일 예정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저축은행은 시중 은행들보다 예금 금리가 높다는 장점이 있죠. 그래서 이자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나 서민들의 돈이 꽤 많이 몰립니다. 안전성은 떨어지지만 저축은행을 이용해 돈을 조금 더 불리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업정지로 예금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친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전날 VIP들에게만 편법으로 돈을 빼준 것은 정말 서민들만 피해를 떠안으라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누구 돈은 중요하고, 누구 돈은 안 돌려줘도 상관없다는 사고 방식입니다.

지난 2일 집회를 벌이는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대책위 모습. 출처 : 오마이뉴스

더군다나 은행 직원들이 실명 확인없이 마음대로 다른 사람의 돈을 계좌이체하고 직원 자신들의 예금까지 찾으려고 했다고 합니다. 법도 어기고 직업윤리도 버린 셈입니다.

게다가 부산저축은행이 편법으로 예금을 인출해주고 있을 때 금융당국은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해당 지점에서 감독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편법을 막지 못한 겁니다.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금융당국의 명백한 직무유기입니다.

고객들의 발길이 끊긴 영업시간 이후 거액이 인출되는 상황에서 이를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특히 영업정지 관련 정보는 금융당국에서 알려주지 않았다면 알기 어렵죠. 어떻게 이와 같은 정보가 부산저축은행에 전달됐는지부터 왜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했는지에 대해서 철저하게 조사해야 합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오른쪽)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부실화 원인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 참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이번 특혜인출은 정부는 지난해부터 강조해온 공정사회에 역행하는 일입니다. 공정사회를 무너뜨리는 일입니다. 돈 없고 '빽' 없는 서민들이 피해를 보는 사회는 공정사회라고 할 수 없죠. 수사 당국은 이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서 사건의 전모를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수사 당국은 부산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저축은행에서도 불거진 특혜인출 의혹에 대해서도 파헤쳐야 합니다. 금융당국은 다시는 이와 같은 편법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해야겠죠.

영업정지로 고객들이 날린 돈이 1천억 원이 넘습니다. 어렵게 모은 돈을 날린 서민들의 피눈물은 닦아주지 못할 망정 수십 명의 고객에게만 특혜인출을 해준 저축은행과 이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금융당국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사후처리로 정부의 공정사회에 대한 의지를 판단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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