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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무상급식 주민투표? 오세훈 시장의 오기 정치인 이유

오세훈 서울시장이 방금 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제안했습니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에 발목이 잡혀 교착상태에 빠진 서울시정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면서 "전면무상급식 시행 여부에 대한 시민들의 뜻을 묻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민투표를 제안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오 시장은 오늘도 '망국적'이라는 단어를 쓰며 무상급식은 물론 무상의료, 무상보육 등 야권과 시민단체의 복지 요구를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친환경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가 맞서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서울시와 서울상공회의소 공동 주최로 열린 '2011년 신년인사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손경식 서울상공회의소회장의 인사말을 경청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왼쪽부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 오세훈 서울시장).

오 시장은 "올해 국가 총예산이 309조원인데 민주당이 내놓은 무상급식과 무상의료, 무상보육, 1/2등록금까지 공짜 시리즈에 들어가는 비용은 전국적으로 연간 24조3천억원에 달한다"며 "'망국적 무상 쓰나미'를 서울에서 막아내지 못하면 국가 백년대계가 흔들린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주민투표를 제안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재정대책 없는 무상 복지 포퓰리즘 시리즈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때 대한민국의 국가위기도 현실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증세나 국가몰락 위험과 같은 불편한 진실은 감추고 재정이 무한정 퍼줘도 마르지 않는 샘인 것처럼 정치적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주민투표라고요? 황당합니다. 민심은 이미 6.2 지방선거를 통해 확인됐지 않습니까. 그 민심이 반영된 것이 여소야대 서울시의회입니다.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민심을 받들어 서울시의 무상급식지원 예산을 요구했죠. 그 예산안에 따라 서울시에서 집행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TV토론에 이어 주민투표까지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전형적인 오기 정치입니다.

지난해 12월 20일 한국교총 다산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공교육살리기 학부모 연합 등 보수성향의 35개 학부모·시민단체와 함께 '포퓰리즘 전면무상급식 반대' 공동선언식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공 : 서울시 언론과



아무리 얘기를 해도 무상급식에 대한 민심과 여론이 변하지 않자 오 시장은 '주민투표'라는 카드를 던진 것 같은데요. 제 생각에는 오 시장은 주민투표를 하면 승산이 있다는 계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점이 걱정이 됩니다. 왜냐하면 주민투표는 휴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많은 시민들이 생업 때문에 투표장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정작 투표장을 향하는 사람들은 생업에 쫓기지 않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겠죠. 오 시장의 지지자들이 많은 겁니다.

또한 주민투표에서 설령 오 시장이 진다고 해도 잃을 게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시간을 끌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은 오 시장은에게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실시해서 무상급식을 물거품으로 만들거나 투표에서 져도 보수층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셈이죠.

만약 서울에서 주민투표가 이뤄진다면 사성 첫 주민투표가 되겠죠. 주민투표가 전국을 통틀어서 보면 네번째이지만, 무상급식 시행을 두고 주민투표를 실시한 자치단체는 없습니다.

친환경무상급식 조례안 처리에 항의하며 서울시의회 시정질의에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개장식에 참석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 시장의 제안을 들으면서 오 시장이 '정말 대권 행보를 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복지 프레임을 '망국적 포퓰리즘'으로 몰아 세우면서 부드러운 자신의 이미지를 강한 투사로 바꾸려는 것 같습니다. 오 시장의 무상급식과의 전면전은 보수들의 지지를 받아 여권 대권 후보가 되겠다는 선언처럼 보입니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라는 제안을 철회해야 합니다. 무상급식을 놓고 돈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서울시장이라면 유권자의 뜻을 따라 집행하면 됩니다. 보수의 대변자처럼 무상급식은 물론 무상의료, 무상보육 등 야권의 복지 주장을 '망국적'이라고 비난할 필요가 없습니다. 서울시장으로서의 책무만 다 하면 됩니다.

오 시장은 대권을 노린 오기 정치를 그만 두고 시의회를 통과한 무상급식지원 예산을 집행하십시오. 지금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치인이 아니라 서울시민을 위한 일꾼이기 때문입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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