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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복지 규모 최대? 뿔난 장애인 "복지도, 동지도 죽었다"

"이명박 정부의 깡통복지 규탄한다! 규탄한다!"

어제 오후 서울 종로 보건복지부 앞. 휄체어를 탄 지체장애인들 수십 명이 찬바람을 맞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추위에 몸을 떨면서도 구호는 있는 힘껏 외쳤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과 활동가 그리고 진보 야당이 어제 보건복지부 앞에서 이명박 정부의 복지 정책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회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금년 전체 예산 중 복지 예산의 비중과 규모는 사상 최대'라고 밝힌 것은 사기라며 정부의 복지는 빈소리만 요란한 '깡통 복지'라고 비판했습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 보건복지부 앞에서 이명박 정부 규탄 집회를 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물가가 오르면 물가가 오른만큼 돈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면서 "이 물가 상승률도 못 채우는 예산을 복지 예산이라고 하고 5조2천억 원 늘렸다고 사기치고 있는 것이, 그래서 복지국가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 그래서 복지 예산이 사상 최대로 늘었다고 뻥치고 있는 것이 이명박 복지의 핵심"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정진 진보신당 부대표도 한나라당이 4대강 예산과 형님예산은 챙기면서 보건복지부가 증액에 동의했던 예산은 삭감했다며 이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요구했습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 보건복지부 앞에서 이명박 정부 규탄 집회를 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

"지난 연말 예산안 날치기 하면서 한나라당조차 동의하고 보건복지부에서 증액 동의한 80개 항목 1조1천억 예산 본회의에서 완전히 삭감했습니다. 날치기 과정에서 4대강과 형님 예산을 위해서 1조1천억을 삭감하고 어떻게 포퓰리즘 운운할 수 있습니까. 그 예산부터 원상 회복시켜 놓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특히 회원들은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규탄 집회에 참석했다가 병세가 악화돼 이틀 전 급성폐렴 증세로 세상을 떠난 뇌병변장애인 우동민 활동가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어제 오전에 회원들은 우동민 활동가의 영정사진을 들고 우 활동가가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높였던 인권위 11층을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정사진을 막아 선 인권위와 한참 실랑이를 벌인 뒤에야 겨우 11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지난 2일 눈을 감은 고 우동민 활동가.

조윤숙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장애인위원장은 "요즘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을 하는데 차마 우동민 동지의 영정 사진을 보니까 차마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이 안 나온다"며 "2일 아침에 우동민 동지 소식을 듣고 '올 한해의 복지가 과연 살아 있는 것일까, 올 한해도 우동민 동지와 같이 복지가 죽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해봤다"고 말했습니다.

왜 장애인들은 한파에 길거리로 나와야 했을까. 왜 우동민 활동가는 눈을 감아야 했을까. 말 뿐인 복지 때문입니다. 내년 복지 예산은 86조 원. 지난해 복지예산 81조원에 비해 6.2% 증가한 것인데요. 이 금액은 2005년 이후 최저 증가율일이고 증가한 금액 5조248억원도 역대 최저입니다.

늘어난 예산 5조248억 원도 노인장기요양보험, 기초노령연금,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대상자 확대에 따른 자연증가분 2조2천억 원에다가 기초생활급여 2천195억 원 등 법정의무지출에 따른 증가분 6천848억 원, 그리고 주택관련지출 1조3천억 원이 포함된 겁니다. 즉, 실제 복지 예산 증가는 8천49억 원에 불가한 것이죠.

우동민 활동가의 영정사진을 들고 슬퍼하는 장애인단체 회원들.

이렇게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실제 복지 예산 증가율은 1%에도 못 미치게 됩니다. 물가 인상을 따지면 오히려 삭감된 것이나 다름 없죠. 정부와 여당은 복지 예산이 사상 최대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장애인자녀학비지원 예산과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 등을 삭감하며 정작 복지가 필요한 장애인과 서민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앞으로 장애인단체 회원들은 휠체어에 깡통을 매달고 다니며 국민들에게 정부의 잘못된 복지 정책을 알려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고 우동민 활동가의 명복을 빕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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