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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낙동강 삼락둔치, 쫓겨나는 백로와 농민들

지난주 일주일 동안 낙동강 상류부터 하류까지 돌아보고 왔습니다. 낙동강은 상류, 하류 가릴 것없이 정말 인정사정없이 파헤쳐지고 있었습니다. 전국의 모든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이 낙동강에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말로만 듣던 공사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니 가슴이 너무 아프더군요.

지난 16일에는 부산시 낙동강 하류 삼락둔치에 갔습니다. 백로 수십마리가 삼락지구 수변구역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사라지는 게 아쉬운 듯 시커먼 흙 위에 앉아 떠나질 않더군요. 한달 정도 뒤면 수변구역은 낙동강 준설토 작업장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또 앞으로 낙동강의 수로를 넓히는 과정에서 수변구역과 일부 농지가 잘려나가게 됩니다.

이런 계획에 대해 환경운동가들은 4대강 사업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며 큰기러기와 큰고니 등이 서식하는 생태보존 1등급 지역인 삼락지구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6일 오후 '4대강 사업'이 벌어지는 부산광역시 사상구 낙동강 하구 삼락둔치에서 먹이를 찾던 백로들이 굴삭기 작업을 피해 날아오르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준경 낙동강 네트워크 사무처장은 삼락둔치에 대해 "생물종 다양성 1등급, 생물서식조건 1등이라서 절대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라고 인정받았는데 4대강 사업 한줄 때문에 다 잘라버리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강의 모양을 일직선으로 만들어 버리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강을 살리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수질개선만 하면 되는데 정부가 '오버'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16일 오후 부산광역시 사상구 낙동강 하구 삼락둔치에서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농민들이 수확을 포기한 채소밭 부근에서 굴삭기가 땅을 파헤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삼락둔치의 수변구간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농지구역에도 공사가 한창이더군요. 말라버린 농작물 뒤로 건설장비가 굉음을 내며 땅을 파고 있었습니다.

삼락둔치 공사가 시작되면서 수변구간 뿐만 아니라 일부 농지도 사라질 운명에 처했는데요. 농민들이 최근 보상 조건에 합의했다고는 했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그대로였습니다.

'4대강 사업 중단! 삼락둔치 수변·농지 보존을 촉구하는 생명·평화 미사'가 16일 오후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부산광역시 사상구 삼락둔치에서 열리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원오 부산농민회 회장은 "국민 살리자고 나라 살리자고 4대강 사업하니까 피해보는 주민 없이 보상하겠다고 자기네들이 공식적으로 한 말도 안 지켰다"면서 "이게 강을 살리는 겁니까. 죽이는 거지"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결국은 사람 죽이는 사업을 하고 있고, 강만 죽이면 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사람까지 다 죽이고."

이런 가운데 지역 천주교 신도들과 주민들이 삼락지구를 지키기 위한 생명미사를 시작했습니다. 이날도 이들은 삼락둔치에 모여 수변구간과 농지를 보존해 자연을 보호하고 농민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자며 두 손을 모아 기도했습니다.

16일 오후 부산광역시 사상구 낙동강 하구 삼락둔치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사라져 가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부는 강을 살리겠다며 4대강 사업을 강행하고 있지만, 대규모 준설과 수로 확장으로 자연파괴는 물론 강변에 살던 동식물과 농민들의 터전까지 빼앗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건설장비의 엔진을 끄고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한번 파괴되면 돌이키기 힘든 환경 문제를 이렇게 속도전으로 끝낼 수는 없습니다. 국민의 의견을 모아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4대강은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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