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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공인 아니라서 괜찮다? 연예인 도덕불감증 도 넘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던 어제 낮. 제가 집에 가만히 있는 성격은 아닌데요. 날씨 핑계를 대며 오랜만에 집에서 푹 쉬었습니다. TV 앞에 누워 지난주에 보지 못했던 '무한도전' '우리 결혼했어요' '무릎팍도사' '천하무적 야구단' 등을 몰아서 봤네요. 어떻게 저렇게 프로그램을 재미있고 감동적이게 만드는지, 정말 집중해서 시청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1박 2일' 재방송도 하더군요. MC몽이 열심히 복불복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군대를 그렇게 가기 싫었을까'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입연연기와 기상천외한 병역기피를 했을까' 이 생각 저 생각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더군요.

공교롭게도 다른 채널에서는 '라디오스타'가 방송 중이었습니다. 신정환 씨가 재치있는 입담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국민을 속이려고 했던 신 씨가 방송에 나오는 모습을 보니 너무 거북했습니다. 그가 주는 웃음이 모두 위선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해외 도박 의혹을 받고 있는 신정환 씨가 필리핀 병원에서 뎅기열 치료를 받았다며 팬카페에 올린 자신의 사진.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연예인은 공인이 아닙니다. '공인'이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하니까 공적인 일을 하지 않는 연예인을 공인으로 볼 수는 없겠죠. 하지만, 연예인이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은 작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연예인을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장래희망으로 꼽고 있습니다.

연예인들은 대중이 보내는 인기로 스타가 돼 명성과 부를 얻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연예인을 공인과 동급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들의 말, 몸짓 하나 하나가 대중의 관심사입니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의 연예 기사가 쏟아지고 있고, 그 기사 아래는 각양각색의 댓글들이 달립니다.

따라서 연예인들에게 고위 공직자에게 요구하는 도덕성의 잣대를 똑같이 들이댈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도덕성은 요구할 수 있습니다. 대중 앞에 서기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대중이 연예인들을 바라볼 때 손가락질하지 않을 만큼의 도덕성은 갖고 있어야 합니다.

MC몽의 병역기피 의혹을 보도한 MBC뉴스 캡쳐화면.

그런데 요즘 들려오는 뉴스를 보면 연예인들의 도덕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예인의 인기를 이용해 각종 이득은 취하면서 공인에 가까운 도덕성과 책임감은 내팽개친 것 같습니다.

시청자들은 MC몽의 병역기피에서 실망하고, 신정환 씨의 해외 도박 의혹에 씁쓸해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연예인들의 행태가 끊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드라마 '도망자'에 출연하는 가수 비. 출처 : 도망자 홈페이지(http://www.kbs.co.kr/drama/run)


얼마 전에는 탤런트 최철호 씨가 폭행을 저질러 대국민 사과를 하고 드라마에서 하차하는 일까지 일어났었고, 가수 비와 주식먹튀 논란에, 배우 권상우 씨는 뺑소니 사고에 연루됐습니다. 이외의 크고 작은 폭력 사건과 음주 운전 등은 아예 예삿일이 돼버렸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일부 연예인들이 의혹 해소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활동을 한다는 점입니다. 비와 권상우 씨는 9월 말부터 전파를 타는 '도망자', 10월 초부터 방송되는 '대물'에 각각 출연합니다. 신정환 씨도 귀국 이후에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공백기를 거쳐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큽니다.

드라마 '대물'에 출연하는 배우 권상우. 출처 : 포화속으로 홈페이지(http://www.remember-71.co.kr/main/re_gate.html)


실제로 물의를 빚었던 많은 연예인들이 다시 돌아와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중들이 연예인들의 문제에는 관대한 편이고, 쉽게 잊는다는 점을 악용한 거죠.

최근 도덕성이 결여된 총리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고 장관이 사퇴하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는 분위기가 공직사회에서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물론 연예인이 공인은 아니지만, 대중에게 큰 영향을 주는 연예인들에게 최소한의 도덕성과 책임감은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대중의 잣대는 더욱 더 엄격해질 겁니다. '공인이 아니라서 괜찮다'라는 생각으로 도덕성과 책임감을 포기한다면 더 이상 대중 앞에 서기 힘들겠죠. '공정한 사회'는 연예인들에게도 해당됩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연예인들이 더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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