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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D-1, '눈물 삭발' 상지대 비리재단으로 돌아가나

이제 하루 남았습니다.

내일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상지대 이사를 결정하는데요. 지금 상태로 보면 김문기 전 이사장 측 이사들이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타깝습니다. 몇 달 동안 상지대 학생들과 교수들이 삭발을 하고 단식을 벌였는데도 교육당국과 정부는 요지부동이네요. 김문기 측 이사들이 재단에 복귀하는 것을 눈뜨고 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왜 이렇게 학생들과 교수들은 김문기 측 이사 선임에 반발하고 있을까. 김문기 전 이사장의 과거 전력 때문입니다. 김 전 이사장은 사학비리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습니다. 김 전 이사장은 학교를 통한 불법 이익 챙기기는  물론 갖가지 교권 탄압과 학생들 빨갱이 만들기에 나서며 '사학비리종합선물세트'를 보여줬었죠.

26일 오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별관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사분위의 최종 처분 저지를 위한 대규모 집단삭발 및 철야단식농성 등에 돌입한 가운데 삭발을 하고 있는 김수림 상지대 보건과학대학 학생회장. 촬영 : 오마이뉴스 최인성


사분위는 김 전 이사장이 그동안 개과천선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려고 합니다. 사분위 눈에는 학생들과 교수들의 반발이 보이지 않나 봅니다. 특히 사분위는 설립자에게 사학을 돌려주는 취지의 결단은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알려졌듯이 김문기 전 이사장은 상지대의 설립자가 아니라 자신도 임시 이사로 파견됐다가 정이사가 된 사람일 뿐입니다. 그런 처지에 있는 사람이 지난 20년 동안 상지대를 부패의 공화국으로 만든 거죠.

지난 6월 보신각 앞에서 '김문기 반대' 집회를 하고 있는 상지대 학생들.

천만다행으로 김 전 이사장의 모든 혐의가 드러나면서 법의 심판을 받았는데 이제 다시 돌아와서 상지대를 운영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사분위는 그렇다쳐도 교육부가 가만히 있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미 안병만 교육부 장관은 국회에 나와 김 전 이사장 측 이사 선임은 문제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사분위가 독립된 회의체이기 때문에 결정을 존중하고 재심 청구를 안 한다는 입장입니다.

답답합니다. 문제가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할 정부 당국이 손을 놓고 있으면 어쩌라는 말입니까. 멀쩡한 재단을 비리 전력이 있는 인사에게 넘긴다는 것은 부패척결을 강조해온 정부의 주장과도 맞지 않습니다.

지난달 보신각 앞에서 "김문기를 반대한다!"고 외치던 수천명의 학생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듯 합니다. 며칠 전 거리에서 소중한 머리카락을 잘라내던 여학생의 눈물이 떠오릅니다. 사학은 개인 재산이 아닙니다. 사학의 주인은 학생들입니다. 이렇게 학생들이 절규하고 있는데 사분위는 그대로 학교를 비리 전력자들에게 넘겨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정말 하루밖에 안 남았습니다. 교육당국은 지금이라도 사분위 결정에 대한 재심 청구를 해야 합니다. 지난 3월 "교육비리도 제도를 바꿔야 한다, 비리 척결 차원에서 끝나서는 안된다"며 제도적 개선이 선결되는 근본적이고 근원적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던 대통령의 결단도 기다려보겠습니다. 학생들의 눈물이 헛되지 않게 해주십시오.

우리는 90년대 김문기 이사장의 각종 비리가 터지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상지대가 다시 비리사학으로 돌아가느냐, 돌아가지 않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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