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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서글픈 대학생, 졸업생 취업률 낮다고 대출 줄이나

"한 학년 올라갈 때마다 우리 아빠 얼굴에 주름살만 팍팍 늘어 우리 아빠가 무슨 번데기야?"

얼마전  KBS 개그콘서트의 동혁이형이 지나지게 비싼 대학 등록금에 대해 시원한 샤우팅을 했습니다. 10년 동안 '우리나라 물가는 36%도 안 올랐는데 대학 등록금은 무려 116% 올랐다'는 것을 비판하는 샤우팅이 참 속시원하게 들렸습니다.

저처럼 속시원했던 분들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대학들의 등록금에 불만이 있다는 뜻일 겁니다. 대학 등록금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지만, 정부의 지출은 OECD 국가의 평균도 안 된다는 사실은 이미 기사를 통해 알려졌죠.

정말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으면 대학을 다닐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일년에 1천만원 정도 되는 등록금을 학생 스스로 벌어서 내기는 어렵죠. 살인적인 등록금을 내기 위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기댈 수 있는 것은 바로 대출입니다. 일단 돈을 빌려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다니고 취업을 해서 갚는다는 겁니다. 정부는 이른바 대학 등록금 취업 후 상환제를 통해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5.8%라는 높은 이자율에 섣불리 다가서기가 어렵습니다.

등록금 인하, 등록금 상한제 실현, 이명박 교육정책 규탄 '3.28 전국대학생 행동의 날' 행사가 2008년 3월 28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 주최로 열렸다. 집회를 마친 학생들이 을지로를 지나 청계광장까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런데 학생들이 높은 이자율은 물론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취업률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어제 교육과학기술부의 의뢰로 열린 ‘고등교육기관별 대출한도 설정 방안' 공청회 보도를 보니 졸업생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이 낮은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들에게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의 대출 액수를 축소하겠다고 했더군요.

즉, 대학의 -재학생 충원율 35%(전문대는 50%) -취업률 20% -학자금 대출 상환율·연체율 10% -등록금 인상수준 10%(전문대는 2.5%) -전임교원 확보율 5% 등을 평가해서 각 대학 신입생들에게 대출한도를 정해준다는 겁니다. 이 평가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대학에는 등록금의 70~30%까지 대출한도를 낮추겠다는 계획입니다. 

취업이 안 되면 대출금을 제 때 못 갚을 우려가 있다는 게 이 방안을 제시한 연구팀의 주장인데요. 대학들이 책임감을 갖고 교육에 나설 수 있는 계기도 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교육부는 다음달 중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를 확정한다는군요.

2008년 2월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국대학생 교육대책위 소속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 소식을 듣고 처음 든 느낌은 서글픔이었습니다. 취업률까지 따져서 대출한도를 정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도 흔들리는 대학을 기어이 취업준비학원으로 만들려나 봅니다. 정부에서 교육보다 취업에 주력하는 대학에 들어가라고 정부에서 장려하고 있는 꼴입니다.

높은 금리를 물리는 취업 후 상환제에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대학 평가를 통해 대출 한도까지 정하겠다는 생각은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는 겁니다. 대학 마음대로 취업을 시켜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문제는 지나치게 높은 등록금이지 대출금이 아닙니다. 정부가 나서서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겠다고 하면서 대학 등록금에는 왜 그렇게 관대한지 모르겠습니다. 대출을 받지 않고서는 다닐 수 없는 대학 등록금을 현실화 하는 방안이 절실합니다. 대학 취업률로 대출한도를 정하겠다니. 더 이상 학생들을 서글프게 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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