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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억울함 강조한 이상득 의원 불출마 선언, 씁쓸했다

어제 오후 두 명의 한나라당 의원이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초선 홍정욱 의원이 먼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출마 뜻을 밝혔고, 이어서 6선 이상득 의원이 당사를 찾아 불출마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번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또다시 물리적 충돌에 동참하면 불출마를 하겠다고 선언했던 홍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비전과 국민의 비전 간 단절된 끈을 잇지 못했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냉소와 불신도 씻지 못했다"며 "정당과 국회를 바로 세우기에는 제 역량과 지혜가 턱없이 모자랐다"고 밝
혔습니다.


"옛 말씀에 하늘에는 진실로써 응해야지 꾸밈으로 응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벼슬을 하는 자는 직분을 다하지 못하면 떠나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저는 오로지 제 자신의 부족함을 꾸짖으며 18대 국회의원의 임기를 끝으로 여의도를 떠나고자 합니다. 직분을 다하지 못한 송구함이 비수처럼 꽂힙니다."


18대 국회 내내 야당을 힘으로 밀어붙이기만 했던 여당. 그 여당의 일원인 홍 의원의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속한 집단이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반성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19대 총선 불출마'라는 카드를 꺼냈 것이겠죠.


한미FTA 비준안에 찬성한 이상득 의원. 출처 : 오마이뉴스


반면, 이상득 의원은 반성보다 선수를 친 느낌이 들더군요.


지도부 사퇴 이후 '박근혜 체제'가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 의원에 대한 공개적인 퇴진 요구가 나오기 전에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박근혜 체제'는 다선, 고령 의원의 불출마와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내세울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의원은 당의 쇄신과 화합에 작은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고 했지만, 기자회견문에는 각족 의혹에 대한 반성보다 억울함이 짙게 배어 있었습니다.


이 의원은 "저는 지난 2009년 6월 정치불개입을 선언하고 국가적 외교현안과 자원외교에 전념해왔다"면서 "대통령의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온갖 억측과 비난을 받을 때에는 가슴이 아팠지만 묵묵히 소임을 다하며 올바른 몸가짐에도 최선을 다해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측근 비리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제 보좌관의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노자'에 나오는 고사성어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疎而不失)를 내세우며 무관함을 부각시켰습니다.


사실 이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움직임은 18대 국회 전부터 있었습니다. 당 소속 의원 55인이 불출마를 요구하는 성명까지 냈었죠. 불법사찰의 몸통이 이상득 의원이라는 문제 제기도 있었습니다. '형님예산' 논란으로 비판도 받았습니다. 현재는 측근들의 비리가 불거지면서 입지가 좁아졌습니다.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출처 : 오마이뉴스


'만사형통'으로 통했던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은 이제 정계를 떠납니다. 자신의 결단이 "한나라당이 새롭게 태어나는데 하나의 밀알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과와 반성은 부족했습니다. 국민들이 듣고 싶어한 말은 끝내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 의원 자신과 연관된 의혹과 이로 인해 야기된 국정 혼란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은 없었습니다.

대신 "대통령의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온갖 억측과 비난을 받을 때 가슴이 아팠다"는 억울함만 크게 들렸습니다.


그래서 국민들 눈에는 이 의원의 정계 은퇴가 곱게 보이지 않습니다. 쓸쓸하게 보이기보다는 씁쓸해 보입니다. 그동안 누릴 것을 다 누리고 측근 비리와 당 상황 때문에 억지로 떠나는 듯한 느낌만 듭니다.


또 떠난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측근 비리 수사 결과에 따라 이 의원이 책임질 일은 책임져야겠죠. 이 의원이 한나라당의 밀알이 될지, 근심이 될지 지켜보겠습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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