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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KTX, 내년까지 고장? 그걸 이해해달라니

어제 TV뉴스 속 중국의 고속철 사고 현장은 끔찍했습니다. 중국 남부 저장성 원저우에서 벼락 한 방 때문에 멈춰선 열차를 뒤따라오던 열차가 그대로 들이받아 객차 4개가 다리 아래로 추락했는데요. 상상만 해도 가슴이 떨립니다. 결국 고속열차 승객 중 24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죠.

문제는 이번에 개통된 중국 고속철도의 사고가 이것 뿐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전기 공급이 끊겨 멈춰서는 일은 계속 발생해왔죠. 중국 전역을 8시간 생활권으로 묶겠다는 중국의 야심찬 계획은 잦은 고장으로 실패로 증명됐습니다. 중국 고속철에 대한 신뢰는 무너져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KTX는 어떨까. 우선 다행인 것은 KTX는 벼락에 멈춰서지는 않는다는군요. 그렇다고 해서 최근까지 발생한 사고에 대한 비판과 앞으로 발생할 사고에 대한 우려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정부 관계자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KTX에 대해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는 군요.

"KTX,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고장납니다. 이해해 주세요."

서울역에 정차한 KTX의 모습. 출처 : 오마이뉴스

이 관계자는 "도입한 지 10년이 된 KTX의 경우, 부품 교체 시기가 다가왔다"며 "고장은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고장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는 군요. 그것도 KTX 고장발생 방지를 위한 36개 대책을 발표하는 날 이런 말을 했으니 대책을 시행하기도 전에 대책에 대한 신뢰를 깡끄리 무너뜨려 버린 셈입니다.이같이 말했다.

무너진 신뢰도 문제지만, 대책도 재탕이었습니다. 정부는 지난 4월 발표한 KTX 안전 대책에서도 고장이 우려되는 부품을 교체한다고 밝혔지만, 이번에도 그 대책은 다시 주요하게 발표됐습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고장을 참고, 부품을 교체한다면 KTX 사고 사라질까.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KTX 사고는 부품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부품을 아무리 바꾼다고 해도 그 부품이 잘 돌아가는지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인력을 줄이고 정비 인력을 외주화한 결과 KTX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철도노조의 주장입니다.

"정비를 제대로 못하게 할 정도의 인력 감축과 상호 소통을 어렵게 하는 외주화가 가장 큰 문제다, 고장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를 되돌려야 한다."

제 귀에는 노조측 주장이 내년 상반기까지 고장날 수밖에 없다는 정부보다 더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외주용역업체의 차량 정비능력을 평가, 심사하겠다고 밝혔을 뿐 정비인력을 더 늘려 꼼꼼하게 KTX를 살펴보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습니다.

뭐, KTX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고장나는 열차를 '뽑기'하는 심정으로 타야 하겠네요.

KTX를 탈 때마다 가슴을 졸여야 하는 승객들은 외면한 채 '고장을 받아들이라'는 식으로 나오는 정부. 참으로 답답한 노릇입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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