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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홀대받는 국사교육 숨통 끊은 수능 개편안

"국사가 골라먹는 아이스크림이야?"

기억하시나요? 지난 3월 KBS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 코너의 동혁이형의 샤우팅입니다. 내년부터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국사가 필수 과목이 아닌 선택 과목이 된 것을 꼬집은 것이죠.

동혁이형은 "독도가 우리나라 땅이라는 걸 노래방에서만 배울거야?" "삼국통일을 엄정화 동생이 했어? 송일국이 고구려 세웠어? 송일국이 알에서 깨어났어? 송일국은 김을동 아줌마가 낳은 거 아니야"라고 외치며 웃음을 이끌어 냈지만, 왠지 그 웃음은 씁쓸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수능 개편안에 대해서는 동혁이형이 어떤 샤우팅을 할 지 궁금하네요. 선택 과목으로 밀려난 국사가 더 홀대를 받게 됐기 때문입니다. 2014학년부터는 수능 사회탐구영역 6과목 가운데 1과목만 선택해서 보게 됐습니다. 현재 11과목 가운데 4과목을 선택하는 제도에서 과목 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겁니다.

학생들은 국사를 공부하지 않고도, 국사 시험을 보지 않고도 대학에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도 수능을 보는 학생 10명 가운데 1명 정도만 국사를 선택하는데 4과목에서 1과목만 보게 되면 국사를 선택할 학생이 거의 없어지게 되겠죠. 전문가들은 국사가 선택 과목으로 바뀌면 외울 게 많은 국사보다 상대적으로 공부하기 쉬운 사회나 윤리를 선택하는 학생이 분명히 많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수능 개편안으로 준비해야 할 과목이 줄어들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홀대 받던 국사 교육은 숨통이 끊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3월 국사 교육의 문제를 꼬집은 KBS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의 동형이형. 출처 : KBS 개그콘서트 캡쳐화면.


정말 심각합니다. 역사 교육을 이렇게 홀대하는 나라가 대한민국 말고 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은 우리와는 다르다고 합니다. 중국은 대입시험에서 역사를 봐야하고, 일본은 역사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두 나라가 어떤 나라들입니까.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꾸려고 하고 있고, 일본은 독도를 아직까지도 자신의 땅이라고 우기고 있지 않습니까. 역사를 둘러싼 현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학생들이 역사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점점 뺏어가고 있습니다.

국사 교육이 편향적이라는 주장이 들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느 쪽에서 보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겠죠. 이런 부분은 주입식이 아닌 자유로운 토론식 수업 등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국사 교육은 마음에 안 든다고 아예 포기할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반찬이 맛 없다고 굶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국민들의 우리역사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중고등학교에서 국사 교육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에 있는 한 대형 서점의 한국사 일반 코너.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개인적으로 저는 사회에 나와서 미분, 적분 같은 수학을 한 번도 써본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사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지금도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경술국치를 모르고, 독도가 희미한 학생들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역사 속 환희와 기쁨에 대해서 올바로 배우지 못하고, 역사 속 슬픔과 고통을 통해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또 다시 역사는 반복될 겁니다.

수학 교육 시간을 한, 두시간 줄여서라도정부는 국사만큼은 모든 학생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탐구영역을 1과목만 선택하게 되어 있는 수능 개편안의 보완도 필요합니다.

동혁이형의 말처럼 우리나라의 역사를 노래방에서, TV를 통해 배우게 할 수는 없습니다. 국사는 '골라먹는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매일 먹는 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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