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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3.07 [싱가포르 여행기] 입안에서 살살 녹았던 카야 토스트 (1)

"헤이즈가 그대로네."


앙뚜앙의 풀죽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오전에는 헤이즈가 덜한 편이야." 

"응, 얼른 준비하고 돌아다녀야지!"


어쩔 수 없었다. 헤이즈 때문에 싱가포르에 와서 '방콕'할 수는 없는 일. 우리는 프랑스 대사관에 볼 일을 보러 가는 앙뚜앙의 콜택시를 얻어 타고 보타닉 가든(Botanic Gardens)으로 향했다. 네모난 아파트 건물들이 심심하게 서 있었다. 거리 곳곳에서 공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거리를 걸어보면 알겠지만, 싱가포르는 정말 깨끗해."

"싱가포르 거리는 깨끗하기로 유명하잖아. 껌만 씹어도 벌금을 낼 정도니까."


앙뚜앙과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다가 우리는 보타닉 가든 앞에서 내렸다. '친절한 남자' 앙뚜앙은 심심하면 연락하라면서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나뭇잎 모양의 회색빛 철문 너머로 '푸른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국 점령 당시 만들어진 보타닉 가든은 정원보다 수목원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것 같았다. 서울에서 보기 힘든 열대 기후의 식물이 사방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거대한 잎 사이로 알록달록 꽃들이 사람들을 유혹했다. 넓게 펼쳐진 잔디밭은 당장 몸을 던져 구르고 싶게 만들었다. 산책과 피크닉하기에 정말 좋을 것 같았다. '백조의 호수'에서는 백조 한 마리가 우아한 자태를 뽑내고 있었다. 


도심 속 휴식 공간 보타닉 가든.


보타닉 가든 안에는 특색에 따라 분류된 작은 정원들이 존재했다. 두세시간은 있어야 전체를 다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곳이었다. 다양한 식목과 건축물, 역사적인 특징을 인정받아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도심에 이런 곳이 있다니. 부러웠다. 2천여 종 6만 포기의 난초를 볼 수 있는 '내셔널 오키드 가든'을 제외하고는 다른 곳은 무료로 다 둘러볼 수 있었다.



이제는 움직일 시간. 속세를 벗어나 이 '푸른 세상'에서 머물고 싶은 마음을 꾸욱 누르고 밖으로 나왔다. 꿈을 꾼 듯했다. 뿌연 하늘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오차드 로드(Ohchard Road)로 향했다. 앙뚜앙의 말처럼 거리는 정말 깨끗했다. 형광색 유니폼을 입은 아저씨가 바람을 뿜어내는 기계로 인도 위 낙엽을 날려버리고 있었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시원한 음료수가 그립다. 하늘로 쭉쭉 뻗은 잎이 무성한 가로수가 싱가포르의 기후를 떠올리게 했다.


보타닉 가든을 나와 오차드 로드로 가는 길. 열대기후 가로수가 인상적이다.


서울의 명동으로 불리는 오차드 로드에는 쇼핑몰이 몰려 있었다. 삼삼오오 쇼핑백을 손에 든 외국인들이 지나가나 싶더니 도로 위 관광객을 태운 2층짜리 투어 버스가 쌩 달려간다. 명품 브랜드들이 저마다 매혹적인 모델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췄고, 다양한 조형물과 전시물이 눈길을 잡아 당겼다.



세븐일레븐에서 유심카드를 사서 끼우고 쇼핑몰 몇 군데를 돌아봤다. 쇼핑에 자신이 없는 터라 별 감흥이 없었다. 아내도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갑자기 허기가 몰려왔다. 앙뚜앙이 끓여준 홍차 한 잔만 먹고 나왔더니 속이 허했다. 열량을 보충해야 했다. 한 쇼핑몰에 있는 카야 토스트(Kaya Toast) 가게에 들어갔다. 카야 토스트는 영국 선박에서 일하던 중국 하이난 지방 노동자들이 영국 식민지였던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정착한 뒤 새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가게 안은 조용했다. 한 서양 여성이 싱가포르 지도를 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우리는 바쁜 사람인양 곧바로 카야 토스트를 주문했다. 바삭한 토스트와 수란, 커피가 나오는 세트에 카야잼을 바른 부드러운 '스팀 식빵'을. 우리 돈으로 6천원이 채 안 됐다. 


"아~달콤해!"


고소하고 달콤한 카야토스트.


'스팀 식빵'은 부드럽고, 토스트는 바삭.


한 입 베어먹은 토스트는 정말 고소하고 달콤했다. 카야잼과 버터가 바삭한 토스트의 식감과 잘 어울렸다. 찜통에 살짝 데워낸 식빵과 카야잼도 맛있었다. 코코넛밀크, 계란, 판단잎 등 천연재료로 만든 카야잼은 듣던대로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간장을 살짝 뿌린 수란에 토스트를 찍어 먹는 것도 환상적이었다. 거기다가 달달한 커피까지. 모든 걱정과 슬픔이 다 사라지는 듯했다.


아, 왜 우리는 지금까지 딸기잼만 먹고 살았단 말인가! 고개를 저으며 나머지 토스트를 입 안으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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