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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서호의 스타벅스 '근사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도시'

13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상인 중국을 여행하고 '동방견문록'을 썼던 마르코 폴로는 항저우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극찬했다. 수많은 도시를 돌아봤을 마르코 폴로가 인정한 항저우의 미(美). 그 아름다움은 아마 서호의 경치에서 비롯됐을 거다.

서쪽 산너머로 사라지려는 해에게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호수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쌀쌀해진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버드나무도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좋은지 몸을 흔든다. 길 위의 사람들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부모보다 저만치 앞서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듣기 좋다.

그렇게 하늘을 한번 쳐다보고 호수 한번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데 갑자기 '배꼽시계'가 울린다. 해외에 나왔는데도 어김없이 울리는 내 몸안의 알람시계. 평생 끌 수 없는 시계다.

서호 산책로를 따라 걷는 사람들.

호숫가에 있는 사원의 모습.


점점 홀쭉해지는 배를 붙잡고 방향을 틀어 호수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어디로 가서 저녁을 먹을까 두리번 거리는데 저 앞에 화려한 불빛이 나를 유혹한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불빛을 향해 걸어가보니 상상하지도 못했던 예쁜 음식점들이 모여 있었다. 아, 데이트 코스로 '딱'이겠다. 함께 호수를 바라보며 걷다가 이곳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따뜻한 차 한잔! 그리고 나서 다시 호숫가 산책을 하면 되겠다. 마르코 폴로가 이런 광경을 생각하고 항저우를 아름답다고 했으려나.

나를 유혹한 불빛.


나를 유혹한 불빛.


도로 옆 통유리로 된 별장처럼 보이는 건물이 예뻐서 카메라에 담았다. 고급 레스토랑인가 해서 자세히 보니 스타벅스다. 우와~ 스타벅스 간판이 없었다면 스타벅스인지 모를 뻔했다. 분위기 있었다. 수많은 스타벅스 중에 제일 근사한 스타벅스가 아닐까. 호수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더 향기로울 것만 같았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중국 식당에 들어갔다. 중국에 왔으니까 중국 음식을 먹는 게 당연했다. 한산한 식당의 구석자리에 앉아 오리 요리와 튀김옷을 입힌 볶음밥을 주문했다. 서호에서 찍은 사진을 거의 다 구경했을 때쯤 음식이 나왔다. 오리와 나물이 담긴 접시와 볶음밥이 올려진 그릇이 나란히 놓였다. 음식이 나온 다음에야 주문을 받던 종업원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혼자 먹기에는 음식의 양이 많았다.

항저우에서 먹은 첫 음식은 오리 요리.

볶음밥을 바삭한 튀김옷을 입힌 요리.


그렇다고 음식까지 나온 마당에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열심히 쫄깃한 오리 요리와 고소한 볶음밥을 번갈아 맛을 봤다. 조금 느끼하기는 해씨만, 기대한 것보다 맛이 좋아서 배부를 겨를도 없이 그릇을 비웠다. 그래도 '역시 내 입맛에는 자장면과 짬뽕이 맞아'라는 생각은 음식을 먹는 내내 사라지지 않았다. 음식값은 꽤 비쌌다.

'식후경'을 위해 밖으로 나와 보니 눈 앞에 보이는 스타벅스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서호에 있는 스타벅스가 궁금하기도 했고, 느끼한 속을 달랠 필요도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중국에 온 기념으로 녹차를 한잔 사서 2층으로 올라갔다.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인테리어가 중국 느낌이 났지만, 가격은 보통 중국 사람들이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서호에 있는 스타벅스.

스타벅스 로고가 없었다면 모를 뻔했다.

1층에 북 모양의 장식이 되어 있다.

옛날 건물을 개조한 느낌을 주는 2층 인테리어.




녹차를 호호 불면서 마시고 밖으로 나와 이번에는 도로를 따라 숙소 방향으로 걸었다. 어느새 엷은 안개가 어두워진 거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손이 시렸다. 몸을 움츠리고 걷는데 길가에 희한한 나무가 많이 보인다. 굵은 나무가 건물을 그대로 뚫고 지나간 것 같았다. 예술작품인가? 나중에 들어보니 나무를 자르지 않기 위해 일부러 건물에 구멍을 낸 거란다. 우리나라만 해도 모든 게 자연이나 환경보다 사람 중심인데 여기는 달랐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서호이 야경을 보러 다시 호수 산책로로 들어갔다. 아, 서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언제 켜졌는지 나무마다 조명이 켜져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해줬다. 저 멀리 화려한 조명도 내 가슴을 설레이게 했다. 푸르던 나무는 붉게 물들었고, 새가 앉아 있던 호수 위로 불빛이 내려 앉았다.

아름다운 서호의 야경.

붉게 물든 나무.


역시 이런 좋은 광경을 혼자 보는 사람은 흔하지 않았다. '손에 손 잡고' '백허그'를 하며 호수를 감상하는 커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났다. 그럴 수록 외로운 사람의 입지는 더 좁아지는 법. 불타 오르는 서호를 뒤로 하고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연인들에게는 최고의 데이트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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