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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3분 노동 월급 398만원, 성남시의회 회의록 살펴보니

7월 한 달 동안 전국 지방자치 의회에서는 원구성을 포함한 각종 회의가 열렸습니다. 앞으로 자치단체를 관리감독하기 위해서 필요한 워밍업을 하는 기간인 셈이죠. 또 각 지역의 현안을 논의하고 앞으로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남시의회는 극한 대립으로 중요한 한 달을 그냥 허비해 버렸습니다. 원구성을 두고 여야가 대립했기 때문입니다. 가까스로 회기 마지막 날인 지난 27일 장대훈 한나라당 의원을 제6대 성남시의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하기는 했지만,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제170회 임시회에서는 아무 일도 하지 못했습니다. 국회를 닮아가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보도를 보니 한 달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성남시의원 34명이 의정비는 모두 챙겨갔다고 합니다. 이들이 챙겨간 의정비는 일인당 398만원. 의정비는 광역의원 월 150만원, 기초의원 월 110만원으로 정해져 있는 의정활동비와 지자체별로 재정 상태와 의원 1인당 인구수에 따라 결정되는 월정수당을 더한 겁니다.

성남시의회 홈페이지(http://www.sncouncil.go.kr)


무슨 면목으로 의정비를 다 받아갔는지 묻고 싶습니다. 지방의원들은 주민들이각종 정책을 입법화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잘못된 활동과 행정을 감시하라고 뽑아 준 것인데 기본적인 원구성도 하지 않고 국민의 혈세만 챙겨갔네요.

과연 어떤 상황이었기에 성남시의회는 파행을 거듭했을까요. 궁금해서 성남시의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회의록을 살펴봤습니다.

2010.7.8일에 열린 제6대 성남시의회 제170회 제1차 본회의의 의사일정은 의장, 부의장 선거와 회기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고 연장자인 의장직무대행이 개의를 선언하자마자 한 의원이 여야의 원구성 협상이 잘 안 됐다면서 정회를 요청했고, 다른 의원이 동의를 했습니다. 의장직무대행은 이를 듣고 바로 정회를 선포합니다. 개의에서 정회까지 걸린 시간은 2분이었습니다.

2010.7.8 성남시의회 회의록(http://www.sncouncil.go.kr)


다음날 열린 제2차 본회의. 마찬가지였습니다. 개의하자마자 원구성 협상이 잘 안 됐다는 이유로 정회 요청이 들어왔고 바로 정회했습니다. 이날 개의에서 정회까지 걸린 시간은 1분.

27일 밤 원구성을 할 때까지 제6대 성남시의회 제170회 의사일정은 단 3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의원들은 의정비를 모두 챙겨간 겁니다.

저는 성남시 주민은 아니지만, 밖에서 지켜볼 때도 성남시는 위기 상황입니다. 호화청사 논란으로 이재명 성남시장은 모라토리엄을 선언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성남시 재개발 사업 중단을 발표했습니다. 지금 성남시민들은 충격에 빠져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은 시의원들이 무슨 낯으로 의정비는 받아갔는지 모르겠습니다.

2010.7.9 성남시의회 회의록(http://www.sncouncil.go.kr)


이 문제는 성남시의회에 국한된 일은 아닙니다. 대전시 동구 의회도 40여 분 만 원구서을 놓고 실랑이를 벌인 게 전부이지만, 의원 12명은 의정비 295만여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의정비는 말 그대로 의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돈입니다. 아니, 단순한 돈이 아니라 주민들의 혈세입니다. 의정 활동도 하지 않은 의원들을 위한 보너스가 아닙니다. 성남시의원들을 비롯한 지방의원들은 남은 의정활동 기간 동안 꼭 명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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