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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70대 할머니의 감동 편지 "등록금 알바 희생, 우리가 죄인"

오늘 아침 감동적인 편지 한 통을 읽었습니다. <한겨레>에 보도된 서울에 사는 70대 할머니가 보낸 편지였는데요. 지난주 등록금을 벌기 위해 냉동기 점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목숨을 잃은 대학생을 위로하는 글이었습니다.

기억하시죠. 이마트 냉동기 점검을 하다가 냉매가스 유출로 인해 목숨을 잃은 서울시립대생 말입니다. 이 학생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이 학생이 기사를 읽고 사흘 내내 울었다는 할머니는 편지와 함께 친구분들과 함께 모았다는 조의금을 유족에게 보냈습니다.

할머니의 손자도 올해 서울시립대에 입학했다고 하는데요. 자신의 손자는 등록금 걱정 없이 친구들과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면서 고인이 된 학생이 등록금을 버느라 힘들어 했던 것을 안타까워했습니다.

"대다수 학생들이 대학입학의 즐거움에 흠뻑 빠져있는 동안 착한 승원이는 축제는커녕 강의가 끝나자마자 다음 학기 등록금을 위해 어둑한 지하공장이나 거친 노동현장으로 줄달음질쳤겠지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런 엄청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 밉고 화나고 슬픕니다."

등록금넷과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회동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의 반값등록금에 대한 태도와 입장을 규탄하고 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그러면서 할머니는 이번 희생을 통해 '반값 등록금' 투쟁이 더 힘을 얻고 세상이 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나라의 정치인들이 기업가들이 그리고 평범한 우리 모두가 발전의 뒷그늘에서 신음하는 이웃들을 발견하는 큰 계기가 될 것입니다. ‘반값 등록금!’을 외치는 사람들의 촛불이 더욱 힘을 얻을 것입니다. 승원이는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우리 모두의 양심에 불을 질렀으며 메말라버린 인정의 샘에 한 오라기 물길을 열었습니다." 

우리가 죄인입니다. 할머니가 편지에 쓴 것처럼 정치인, 기업인 그리고 평범한 우리까지 이웃을 다시 한번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정부, 여당에게 촉구합니다. 약속했던 '반값 등록금' 공약을 지키십시오. 등록금을 적립금으로 쌓아두고 있는 사립대학들도 '반값 등록금'에 동참해 주십시오. 대학생들이 쓰러지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비가 내리는 토요일 아침, 이 편지를 함께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아래는 할머니의 편지 전문입니다.

고 황승원군 어머니께 올립니다.

승원군 어머님,

당신의 태산보다 큰 아픔 앞에 뭐라 감히 생판 남인 제가 위로의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희망이고 기쁨이고 힘의 근원이었던 승원군을 졸지에, 그것도 가난이라는 죄 때문에 앞서 보내셨으니 어머니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긴 아픔으로 가득하시겠지요.

저도 한겨레신문기사를 읽고 지난 사흘 내내 울었습니다. 그렇게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효성이 지극한, 꽃송이 같은 젊은 승원이를 지켜주지 못한 이 세상이 너무나 야속해서 울었고, 승원군 어머니가 겪으실 그 고통이 저의 고통인양 가슴에 파고 들어서입니다. 이 편지를 쓰는 지금도 제 눈물이 컴퓨터 자판에 얼룩지고 있습니다. 승원이 어머니가 겪으시는 그 아픔에 억만분의 일이라도 함께 하고 싶어 이 어쭙잖은 편지를 드리니 용서하시고 티끌만한 위로라도 받으신다면 참으로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금년에 시립대학교에 입학한 학생을 손자로 둔 76살 할머니입니다. 그 애는 등록금 걱정은커녕 과엠티다 대학축제다 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노느라 1학기 내내 정신 없었습니다. 대다수 학생들이 대학입학의 즐거움에 흠뻑 빠져있는 동안 착한 승원이는 축제는커녕 강의가 끝나자마자 다음 학기 등록금을 위해 어둑한 지하공장이나 거친 노동현장으로 줄달음질쳤겠지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런 엄청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 밉고 화나고 슬픕니다. 독일에 사는 제 동생의 아들들은 등록금 한푼 없이 대학을 다녔다고 합니다. 그 나라도 경제 사정이 어려워져 요즘은 우리 돈으로 약 9십 만원 정도를 1학기에 내는데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더 내리는 방법을 마련하는 중이라 합니다. 우리도 어서 빨리 그런 나라를 만들어서 다시는 이런 불행이 우리의 꿈나무들을 쓸어뜨리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또한 부끄러운 고백입니다만 저도 사랑하는 자식을 앞서 보낸 아픔을 지닌 한 어머니입니다. 그 아이를 잃고 제일 먼저 한 생각은 저도 그 아이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남은 가족을 버리고 떠나는 것을 과연 그 아이가 바랄까 하는 좀 냉정한 의문이었습니다. 그 냉정한 의문에 대한 제 나름의 대답이 저를 오늘까지 이렇게 씩씩하게 버티게 해 줬습니다. 그 애를 평생 동안 어찌 잊겠습니까. 그러나 그 슬픔 에 짓눌려 다른 가족들의 삶, 그리고 이 땅에 태어나게 한 하늘의 뜻을 거역하여 나를 팽개치는 것은 결코 제 아이가 원하지 않으리라는 깨우침이 저를 오늘까지 버티도록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승원군도 어머니가 슬픔에 못 이겨 삶을 포기하시거나 건강을 해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너무나 힘드시겠지만 부디 정신 가다듬으시고 따님 위해서 그리고 어머니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시고 씩씩하게 살아주십시오. 뒤늦게나마 어머니의 작은 힘이 되어드리겠다고 다짐하는 시립대 아들딸들을 많이 얻으셨잖아요. 부디 떠나간 승원이가 하늘나라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우리 엄마는 역시 자랑스러워. 가난에 무너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살았던 나처럼 우리 어머니도 슬픔에 무너지지 않고 강하고 아름답게 사시네. 어머니, 고마워!”

승원이를 무너트린 건 결코 어머니의 죄가 아닙니다. 이 사회가, 우리 모두가 죄인입니다.

부디 어머니 자신을 너무 괴롭히지 마시기 바랍니다. 안타깝지만 승원이의 희생을 통해서 이 나라의 정치인들이 기업가들이 그리고 평범한 우리 모두가 발전의 뒷그늘에서 신음하는 이웃들을 발견하는 큰 계기가 될 것입니다. ‘반값 등록금!’을 외치는 사람들의 촛불이 더욱 힘을 얻을 것입니다. 승원이는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우리 모두의 양심에 불을 질렀으며 메말라버린 인정의 샘에 한 오라기 물길을 열었습니다. 슬프지만, 그는 어머니와 저의 가슴 속 푸른 별이 되어 절망을 딛고 오뚝이처럼 일어서려는 젊은이들의 앞길을 밝혀줄 것입니다. 승원이가 이제는 등록금 걱정도, 알바자리 알아보느라 눈을 번득이던 피곤함도 다 내려 놓고 영원한 휴식에 들기를 기도합니다.

기회가 닿으면 어머니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 한끼 대접하고 싶습니다. 부디 자랑스런 아들 승원이 어머니답게 씩씩한 모습 보여주시길 빕니다.


2011년 7월7일 승원이를 사랑하는 한 할머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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