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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일당 5만원 전화홍보라니, 공정선거 훼손한 엄기영

어제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었습니다.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가 선관위에 등록하지도 않은 전화홍보팀을 꾸려 활동해온 현장이 경찰과 선관위에 적발됐죠. 지금이 무슨 60년대 자유당 때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어났는지 황당할 뿐입니다.

제보를 받고 사흘 동안 전화홍보가 이루어진 강릉의 한 펜션 앞에서 잠복했다는 민주당은 전화홍보를 하고 있는 현장을 확인하고 어제 선관위와 경찰에 신고해 현장을 덮쳤다고 합니다. 현장 급습 당시 홍보원들은 휴대폰으로 전화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A4용지를 들고 열심히 전화를 하고 있던 홍보원들은 모두 연행됐습니다.

22일 오후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 측이 선관위에 등록하지 않은 전화홍보팀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 강릉시 한 펜션에서 엄기영 후보측 미등록 선거운동원들이 얼굴을 가린 채 밖으로 나와 강릉경찰서로 연행되고 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전화홍보원 35명은 일당으로 5만원과 휴대폰이 지급됐고 식사까지 제공됐다고 합니다. 사진을 보니 어제 현장에는 미처 먹지 못한 도시락까지 있더군요. 선관위에 따르면 도시락 뿐 아니라, 전화명부, 엄기영 후보 선거자료 등도 확보했다고 합니다.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엄기영 후보가 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불법전화홍보가 있을 것이라면서 엄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22일 오후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측이 선관위에 등록하지 않은 전화홍보팀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 강릉시 한 펜션의 내부 모습. 출처 : 오마이뉴스

박 원내대표는 "이런 유사기구 불법선거운동 장소가 이곳 강릉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춘천에도, 원주에도, 속초에도, 대도시에는 전부 있을 것"이라면서 선관위와 경찰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이런 불법을 자행한 엄기영 후보는 강원도민과 국민 앞에 사죄하고 당연히 후보 사퇴를 해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22일 오후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측이 선관위에 등록하지 않은 전화홍보팀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 강릉시 한 펜션에서 발견된 엄기영 후보 지지를 부탁하는 전화 멘트. 출처 : 오마이뉴스

야당 뿐만 아닙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도 이번 사건을 성토하고 있습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걸린 기사에 댓글은 단 깔끔이님은 "엄기영 후보는 당선되도 선거법 위반으로 물러나게 생겼다"고 썼고, 잣인감님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명백한 물증이 나왔는데도 엄기영 후보 측은 "자원봉사자의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엄기영 후보 선대위는 강릉의 자원봉사자들이 선거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전화홍보를 한것과 관련해 이는 전적으로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밝혔다."(엄기영 후보 측이 발표한 성명서 중)

포털사이트 '다음'에 걸린 기사에 달린 댓글 캡쳐화면.

자발적인 행동이었다고요? 믿겨지지 않습니다. 자발적으로 수십 명이 펜션에 모여 점심 도시락을 시켜먹으면서 엄기영 후보 홍보 전화를 돌린다고요? 수사 중이겠지만, 제보에 따르면 일당도 5만원씩 받았다고 합니다. 이 돈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손바락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입니다. 선관위와 경찰 조사로 진실이 곧 밝혀질 텐데 "자발적 행동"이라고 변명하는 것은 강원도민과 국민을 우롱하는 일입니다.

22일 오후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측이 선관위에 등록하지 않은 전화홍보팀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 강릉시 한 펜션에서 발견된 도시락과 반찬통. 출처 : 오마이뉴스

저는 엄기영 후보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설령 강원도지사가 된다고 해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겁니다. 이 사태는 법정에서 가려져야 할 일이게 때문입니다. 최악의 경우는 엄 후보가 선거법 위반으로 지사직을 잃을 가능성이 큽니다.

더욱 더 안타까운 것은 엄 후보가 공정선거를 훼손했다는 겁니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깨끗한선거와 정치를 과거 혼탁한 선거와 정치로 되돌려 버렸습니다. 이건 아무리 변명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정선거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버린 엄 후보는 책임져야 합니다.

지난 4일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로 선출된 엄기영 강원도지사 후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강원도정은 사실상 중단돼 있다. 왜 이렇게 됐는가. 우리는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단 한번도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사과는커녕 적반하장으로 물어뜯고 있다. 대법원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징역 8월 추징금 1억 1400만원의 유죄 판결 받아서 지사직 박탈당한 사람을 어떻게 강원도 자존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렇게 이광재 후보를 비판했던 엄 후보. 이제 국민들이, 강원도민들이 엄 후보에게 묻습니다. 불법 전화홍보까지 자행하고 있는 후보가 강원도지사가 될 수 있습니까? 엄 후보가 답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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