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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오장풍' 폭행, 학생들의 상처부터 치유하자

초등학생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던 오모 교사가 직위해제됐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관할 지역교육청이 감사 중이라며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우선 오 교사를 직위해제한다고 밝혔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틀전 충격이 떠오릅니다. 어머니와 거실에 앉아 TV뉴스에 나오는 동영상을 보면서도 잘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담임 선생님이라니. 뺨을 때리고, 발로 차고... 오죽하면 '오장풍'이라고 불렸을까요. 정말 멍했습니다.

이것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닙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철저한 감사를 통해 오 교사의 행위를 확인한 뒤,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잘못된 매'는 '잘못된 결과'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조사 중이라고 하니 오 교사의 신병처리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넘어진 학생에게 발길질을 하는 오 교사. 제공 : 평등학부모회 제공


그렇다면 오 교사에 대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 손을 놓고 있어야 할까요. 아닙니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폭행 피해 학생들입니다. 동영상에서 확인했듯이 아이들은 수개월 동안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눈에 보이는 상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내적인 상처입니다.

요즘 부모도 함부로 손을 대지 않는 상황에서 교사의 폭력은 충격, 그 자체였을 겁니다. 피해 학생들의 정신적 충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치료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아직 한창 성장하는 아이들이기에 마음의 상처를 빨리 찾아내 조치를 취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폭행을 당한 아이들은 수동적인 심리 상태를 보인다고 합니다. 주눅이 드는 거죠. 다시 폭행을 당할까봐 눈치를 보게 되고, 창의성 발휘보다 폭행을 행사하는 사람의 지시에 순종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내성적이고 어두운 성격을 가능성도 높아 진다고 합니다.

초등학생의 뺨을 때려 넘어뜨린 오 교사. 제공 : 평등학부모회 제공


더 무서운 것은 피해 아이들이 제2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아이들은 뭐든지 잘 받아들이고 잘 따라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물론 폭력적인 게임이나 영화 등의 문제도 크겠지만,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겠죠. 오 교사의 폭력을 눈으로 본 아이들이 자신보다 힘이 약한 아이들에게 똑같이 폭행을 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부터 쓰고 보는 아이로 변할 수 있습니다. 교사에 대한 적개심과 반항심이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 악순환의 반복이 우려됩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이른바 '짱'으로 불리던 친구는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의 몽둥이 세례를 받으면서 '힘을 길러서 당하지 말아야 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교사의 행동 하나 하나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죠.

지금부터 피해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해야 합니다. 정신과 전문의들과 심리치료사들이 아이들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아픈 부분을 치료해줘야 합니다. 제가 볼 때는 오 교사의 처벌보다 아이들의 상태를 면밀히 체크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게 더 중요해 보입니다.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겠죠. 교육부를 비롯한 각 교육청 그리고 사회단체들과 언론이 폭행을 한 교사보다 상처입은 아이들에게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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