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생활 이야기

프랑스 요리 장인의 한국 음식 예찬 "진심 담겼다"

지난 주말 서울 신사동 한 브런치 카페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주방이 개방돼 있었는데요.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로 능숙하게 연어를 자르고 있는 한 서양 남성이 보였이더군요. 이 남성은 기다랗게 자른 연어를 보기 좋게 늘어놓는가 싶더니 어느새 채소를 다듬어 먹음직스러운 샐러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 감탄사가 나올 만큼 화려한 손놀림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그의 목에만 둘러진 옷깃이었는데요. 이 옷깃만을 보고도 이 셰프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파랑, 하양, 빨강의 삼색 옷깃은 삼색기로 불리는 프랑스 국기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더 반 베이크 스튜디오&카페'의 초청으로 프랑스 요리를 소개하기 위해 서울에 온 셰프 에릭 트로숑(Éric TROCHON)은 올해 프랑스 요리 장인 MOF(Un des Meilleurs Ouvriers de France)을 수여받았습니다. MOF는 우리나라식으로 표현하자면 인간문화제에 해당하는 국가 최우수기능장을 뜻하는데 눈에 띈 삼색 옷깃이 바로 프랑스 최고의 장인이라는 표식인데요.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40년 전통의 MOF 콩쿠르에서 올해 요리 부문 장인에 뽑힌 사람은 모두 10명. 최고의 프랑스 요리사 600명이 4년 동안 열심히 준비해 도전했지만, 대부분은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연어를 손질하는 에릭 트로숑.


그렇다면 이날 프랑스 장인이 만든 요리는 무엇일까요. 메뉴에는 '프로방스 허브 포카차를 곁들인 바질소스 아스파라거스 샐러드'라고 적혀 있었지만, 무슨 말인지 선뜻 다가오지 않더라고요.
프랑스 통역을 통해 에릭에게 메뉴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단번에 "프랑스 정통 브런치"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 샐러드는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옆 프로방스 지역풍의 샐러드입니다. 프랑스 남부는 햇볕이 많은데요. 그래서 요리에도 햇볕을 많이 받은 재료를 썼습니다. 토마토, 아스파라거스, 잣, 허브의 한 종류인 바질도 많이 사용했습니다. 먹었을 때 향이 가득하고 신선한 느낌이 나죠. 입 안에서 프랑스 남부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2008년 이후 이번까지 7번이나 한국을 찾은 프랑스 셰프 에릭. 화제는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으로 넘어갔습니다. 먼저 '제일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뭐냐'고 물어봤습니다.

"김치찌개요. (많이 맵지 않나?) 괜찮아요. 먹는 순간 맵기는 한데 입 주변에 불이 안 나죠. 끝까지 매운 느낌이 남지 않습니다. 인도 남부 지방 음식 중에 한 입 먹으면 속에 불이 나서 못 먹는 음식도 있습니다. 김치찌개는 매콤하면서 진하죠. 김치찌개, 데친 낙지 샐러드, 육회 등을 프랑스에서 직접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

에릭이 소개한 프랑스식 브런치.


특히 에릭은 불교 사찰 음식에 대해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좋은 재료를 써서 소박한 밥상을 차려내는 사찰 음식이 건강을 생각하는 최근 유럽의 요리 트렌드와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한국에 와서 불교음식, 사찰 음식이 좋았습니다. 정말 놀랐죠. 한번은 사찰에 가서 하루 동안 요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찰 음식과 유럽에서 먹는 것이 비슷합니다. 유기농이고 근처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요리를 하니까 몸에도 좋습니다."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 에릭의 한국 음식 예찬은 계속됐습니다. 현재 프랑스 기술 학교 'LA CHAMBRE DE COMMERCE PARIS'에서 프랑스 요리를 가르치고 있기도 한 그는 프랑스 음식보다 한국 음식에 대해 얘기할 때 더 즐거워 보였습니다.

"한국 음식이 정말 요리죠. 여러 가지 재료를 다듬는 등 준비 과정이 많기는 합니다. 그래서 한국 음식에는 정성을 들일 수밖에 없죠. 한국 음식은 진심이 담긴 요리입니다. 그만큼 맛있고요."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은 에릭.



화제는 한국 음식에서 한국인의 성격으로 옮겨갔습니다. 에릭은 "일본인은 화가 나면 꿍해서 말을 안 하는데 한국인은 3분 화를 내다가 괜찮아 진다"며 프랑스 사람들처럼 한국 사람들이 '쿨'해서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전통있는 문화와 전쟁을 겪은 뒤 분단 상황까지 요리와 관계 없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한국에 대한 에릭의 관심은 생각보다 열정적이고 진했습니다. 마치 김치찌개처럼요.

에릭은 벌써부터 다음 방한을 계획하고 있었더라고요. 

"일 때문에 오면 서울, 부산 밖에 가지 않는데 다음에는 한국으로 여행을 와서 지방을 돌아다니려고요. 바쁜 도시의 모습도 좋지만, 다음 기회에는 도시를 벗어나 좀 더 폭 넓은 한국의 전통과 문화 그리고 음식을 깊히 음미하고 싶습니다."

프랑스 요리 장인도 극찬한 우리나라 음식. 이 음식을 매일 먹고 있는 우리는 참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p.s 제 글이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 모양의 추천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