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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이야기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는 어떻게 소설로 태어났나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막내 딸로 태어났지만, 한 많은 생을 살았던 덕혜옹주.

덕수궁의 꽃이라 불렸던 그는 태어난 순간부터 정치적 희생자로 살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고종황제의 죽음을 목격한 뒤, 일본으로 끌려가 냉대와 감시 속에 십대 시절을 보낸 그는 일본인과의 강제결혼, 정신병원 감금생활, 딸의 자살 등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 고통을 견딜 수 있게 해줬던 단 한 가지 희망은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삶의 터전을 다시 찾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억 저편에 묻혀 있던 덕혜옹주의 삶이 한 여성작가의 펜끝에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권비영 작가의 소설 <덕혜옹주>가 출간 6개월 만에 50만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는 어떻게 소설로 태어났을까. 권비영 작가가 지난 10일 생중계된 <오마이뉴스> 저자와의 대화에서 소설 <덕혜옹주> 집필 배경과 소회를 솔직하게 들려줬습니다.

왼쪽부터 영친왕, 순종, 고종, 순정효황후, 덕혜옹주. 출처 : 대한사진예술가협회(http://www.paakorea.com)

권 작가는 신문에 실린 덕혜옹주의 사진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우연히 신문을 봤는데 거기에 우리가 잊고 있는 대한제국을 다시 한번 느껴보자, 다시 살펴보자는 뜻에서 기사가 실렸더라고요. 거기에 실린 황실 사진 중 5살 정도 되는 덕혜옹주 사진이 같이 있었는데 사진을 보는 순간에 확 빨려들어서 '이분이 어떤 분인가 알아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한 거예요."

하지만 권 작가가 찾아낸 국내의 자료는 단편적인 사실과 사진 몇 장 뿐이었고, 덕혜옹주와 정략결혼을 했던 대마도 도주의 후예 다케유키가 포악하다는 등의 근거없는 소문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덕혜옹주에 대한) 사실을 정확히 모르겠는 거예요. 그러다가 혼마 야쓰코라는 사람이 쓴 '덕혜희'라는 책이 있다는 걸 알아냈어요. 헌사를 뭐라고 써놓았냐면 대략 뜻이 '이 책은 조선의 마지막 황녀인 덕혜옹주에 대한 책이다, 잘 살펴보기를 바란다'였어요. 우리 역사인데 일본 사람이 이것을 써서 책을 내서 그것을 우리나라 각지에 책을 붙이고 헌사에 당부까지 써서 보낸거예요. 그때 부끄러워진 거예요."

덕혜옹주의 삶을 온전하게 기록한 자료가 일본인의 책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나 부끄러웠다는 권 작가는 소설을 통해 덕혜옹주의 삶을 제대로 그려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나도 모르고 우리도 모르고 하니까 어떻게 하면 알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저는 소설쓰는 여자니까 덕혜옹주를 소설로 살려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일본 여자는 평전으로 기록했고 나는 소설로 한번 써보자는 생각을 한 거죠."



권 작가는 덕혜옹주가 결혼생활을 했던 대마도와 덕혜옹주의 묘가 있는 홍유릉을 다니며 1년 동안 집필 준비를 열심히 했지만, 소설이 완성될 때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경술국치 100년을 염두에 두고 쓴 게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데 전혀 상관없습니다. 혼마 야쓰코의 번역본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냥 책을 냈을 거예요. 그런데 혼마 야쓰코의 책이 나오는 바람에 주춤했죠. 4, 5개월 그러고 있었고 그러다가 교통사고가 난 거예요. 40일을 병원에 있었는데 그 사고는 있을 수가 없는 사고였어요. 죽을 수 있었던 사고였죠."

그렇다면 덕혜옹주가 소설로 다시 태어난 이후 무엇이 달라졌을까. 권 작가는 자신의 소설로 잊혀졌던 덕혜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물론 대한제국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된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덕혜옹주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대한제국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습니다. 덕혜옹주가 무관심했던 대한제국에 대한 역사에 물꼬를 텄다고 해야 될까요. 사람들 관심이 그쪽으로 쏠렸습니다."

소설 덕혜옹주 표지. 출처 : 다산책방



또한 권 작가는 독자들이 궁금해 했던 소설 속 인물에 대한 뒷 얘기도 털어놨습니다.

"박무영은 김장한으로 있을 때까지는 덕혜옹주와 결혼 할 뻔했던 실제 인물인데 '너는 이제부터 박무영으로 살아라'해서 박무영으로 바뀌는 순간부터 허구가 됩니다."

37년 만에 돌아온 조국 땅에서 쓸쓸히 눈을 감은 덕혜옹주를 살려낸 권 작가는 앞으로도 우리 역사에 대한 작품을 쓰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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