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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행기

'신의 팔레트'라 불리는 브라이스 캐년

애리조나주를 출발한 버스는 유타주로 들어섰다. 오늘은 그랜드 캐년과 함께 3대 캐년으로 꼽히는 브라이스 캐년(Bryce Canyon)과 자이언 캐년(Zion Canyon)을 감상하는 날.

미국인 친구에게 브라이스 캐년을 간다고 했더니 한 눈에 반할 거라고 했다. 그만큼 매력적이란다. 이 친구는 빙하기에 솟아 오른 암석이 오랜 시간 풍화작용으로 인해 깎여 내려간 브라이스 캐년이 3대 캐년 중에 최고라고 말했다.
 

친구의 말이 맞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차례였다. 오늘도 구름이 잔뜩 끼어 흐렸지만, 브라이스 캐년에는 물이 없어서 안개가 낄 염려는없었다. 고도가 높은 지역이라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 많은 것 같았다.

신의 팔레트라고 불리는 브라이스 캐년의 전경.


마치 화가가 색을 칠해 놓은 것 같다.


몇 시간이나 달렸을까.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에 들어서자 눈이 쌓인 숲이 보인다.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버스는 우리를 브라이스 캐년이 내려다 보이는 선셋 포인트에 내려줬다.
 

브라이스 캐년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신의 팔레트'라고 불린다고 하더니 눈 앞에 펼쳐진 암석의 색깔이 다채로웠다.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뾰족한 탑에 일부러 화가가 가서 색칠한 것처럼.

아름다운 브라이스 캐년.

그랜드 캐년과 비교하면 아기자기하다.


화려한 색깔과 아기자기함 때문에 브라이스 캐년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더 좋단다. 가까이 다가가서 암석을 확인해 보니 정말로 층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 그만큼 오랜 세월을 암석이 견뎌왔다는 증거로 보였다.
 

그랜드 캐년이 웅장함으로 압도하는 것과는 달리 브라이스 캐년은 신비함으로 감동을 줬다. 브라이스 캐년의 암석은 위치에 따라 색깔과 형태가 달라 보였다. 마치 모습을 바꾸는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아무리 뛰어난 예술가라도 브라이스 캐년 암석에 색깔을 칠해 놓은 자연을 따라갈 수 없었다.

밑바닥까지 걸어가볼 수 있다.

암석에 조각을 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브라이스 캐년의 매혹적인 모습을 가슴에 가득 담고 자이언 캐년을 향해 출발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광경에 사람들은 반해 버렸다.


자이언 캐년은 남성적인 매력이 있다고 했다. 브라이스 캐년과 비교되는 아름다움이었다. 한참을 달린 버스는 자이언 캐년을 관통하는 터널을 지나갔다. 공기가 순환될 수 있게 만든 5개 구멍 사이로 자이언 캐년의 씩씩한 자태가 보였다.

자이언 캐년은 우리 눈 앞에서 자신의 건강한 모습을 자랑했다. 정말 뾰족한 탑으로 이루어진 브라이스 캐년과는 달리 자이언 캐년은 커다란 돌산이 주위를 둘러싸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당당함에 주눅이 들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브라이스 캐년의 화려함이 더 좋았다.

여성적인 브라이스 캐년과 비교되는 남성적인 자이언 캐년.

자이언 캐년 국립공원 입구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암석.


비록 맛보기에 불과했지만, 3대 캐년을 이틀에 걸쳐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이런 멋진 자연 경관을 가진 미국이 대기환경을 파괴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관련 국제협약을 비준을 거부하고 있으니까. '넓은 땅 덩어리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는 괜찮다'는 이기심일까.
 

우리는 자연의 신비를 뒤로하고 인간의 욕망이 꿈틀대는 도시, 라스베가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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