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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행기

산타 모니카 해변을 십자가가 뒤덮은 사연

아침  7 눈이 저절로 떠졌다. 하루 만에 시차 적응이 됐나 보다.

민박집에서 주는 어묵 김치국으로 맛있는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다. 10 정도 걸어가 다운타운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산타 모니카(Santa Monica) 해변으로 가는 720 버스를 탔다. 버스비는 1달러 50센트. 어머니는 시니어 요금 50센트만 냈다.

우리나라 굴절버스처럼 허리를 가진 버스는 생각보다 붐볐다. 일요일이라 해변으로 놀러 가는 사람들이 많은 같았다. 승객 대부분은 아무 없이 앉아 있었지만, 이제 걸음을 배운 여자 아이가 아빠 품에 안겨 재롱을 떤다.

산타 모니카로 가는 버스 안.


버스는 상업지구와 로데오 거리를 지나 서쪽으로 달렸다. 40분쯤 지났을까. 야자수가 많이 보이고 바람이 많이 보인다 싶더니 멀리 넘실대는 파도가 보인다.

부두 위에서 공연 중인 아이들.


산타 모니카 부두.


부두에서 내려다본 산타 모니카 해변.

퍼시픽 파크의 명물 관람차.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거센 바람이 우리를 맞이한다. 강풍주의보라도 내렸나. 내가 생각했던 해변과 느낌이 달랐다. 5월은 해변을 즐기기에 이른가 보다. 반바지에 샌들, 반팔 폴로 셔츠로는 바람을 이겨낼 없었다. 어머니가 바지 입으라고 입을 내가 추위를 많이 타는 걸까. 챙겨온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해변 쪽으로 가는데 나보다 시원하게입은 사람들이 많다.

해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롤러코스터도 운행 중이다.

갈매기의 비행.


휴일을 맞아 해변을 찾은 사람들은 줄지어 부두 쪽으로 내려갔다. 내려다 보이는 바다, 규모가 굉장하다. 바다라기 보다는 정말 대양, 태평양이었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마치 사람들에게 인사라도 하듯 갈매기들이 머리 위를 난다. 앞에 롤러코스터, 대관람차 놀이기구가 있다. 놀이공원이 있을 줄은 몰랐다.


해변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아이들.

거센 바람에도 모래 위에 앉아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사람들.


바다 안까지 들어가는 부두는 미국 서부 해안에서 가장 오래됐다고 했다. 부두 곳곳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과 즉석 공연을 구경하는 사람들, 그리고 바다를 내려다보는 사람들이 뭉쳐서 흥겹다 

해변을 뒤엎은 십자가.

십자가를 감은 꽃과 메시지.

빨간 십자가.

십자가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


고운 모래가 덮여 있는 해변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생소한 광경이 보인다. 무슨 일이 있는지 십자가와 빨간 십자가가 해변에 박혀 있다. 수가 수천 개다. 놀라서 십자가 앞으로 달려갔다. 십자가 앞에 꽂혀 있는 팻말을 읽고 나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십자가는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서 전사한 미국 군인을 뜻합니다.“


관까지 놓여 있다.

이라크 전쟁 사망자와 부상자 수가 적힌 팻말.

해변을 뒤덮은 십자가.


경고였다. 무시무시한 경고. 역설적이다. 아름다운 해변에 묘지가 있는 셈이니까. 십자가 중간에는 관과 군화가 놓여 있다. 어떤 십자가에는 지인들이 가져다 놓은 꽃과 메시지도 달렸다. 해변 구경을 사람들은 십자가를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팻말은 이라크에서 전사한 미군의 수가 4,452, 부상자 수가  67,793명이라고 써놨다. 이렇게 미군이 이라크에서 쓰러질 동안 이라크 국민들은 얼마나 많이 목숨을 잃었을까. 십자가를 세운다면 아마 산타 모니카 해변을 덮고도 모자랄 게다.


산타 모니카 다운타운.

거리 공연하는 사람들도 많다.


차분해진 마음으로 해변에 섰다. 아이들은 거센 바람도, 거친 파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바다로 뛰어 든다. 파도에 몸을 맡기고 다시 해변으로 밀려온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뛰어들고 싶었지만, 그대로 얼어버릴까 두려워 경치 감상만 했다.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모래놀이를 하는 아이들, 싸온 음식을 먹는 가족들로 해변은 쓸쓸하지 않았다.

럭셔리한 거리 로데오.


명품숍이 늘어서 있다.


우리 가족도 부두 쪽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싸온 김밥을 먹었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채소도 별미였다. 이렇게 밥을 먹으니 가족 소풍나온 기분이다. 산타 모니카 해변 소풍.

부두에서 올라와 근처 산타 모니카 다운타운 지역으로 걸어가봤다.  바로 서드 스트리트 프롬나드(Third Street Promenade)에 들어섰다.


비벌리 힐즈 간판. 기념촬영 장소다.


세 블록에 걸쳐 있는 이곳은 활기가 넘쳤다. 길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 상점들과 커피숍, 식당은 사람들로 붐볐고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 위는 거리 공연을 하는 예술가와 구경하는 사람들로 화기애애했다. 그냥 걸어만 다녀도 기분이 좋다. 우리 세 식구는 한국에서 있는 커피 빈야외 테이블에 앉아 라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다.



비벌리 힐즈 고급스러운 주택가.


파란 하늘을 향해 서 있는 야자수.


오는 길에 로데오(Roded Dr.) 거리에 내렸다. 우리나라에 있는 로데오 거리의 원조란다. 거리에는 명품숍이 손님을 유혹했지만, 행인은 별로 없었다. 로데오 거리를 지나 비벌리 힐즈(Beverly Hills) 초입까지 구경했다.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개성있는 고급 주택이 분위기 있는 야자수 아래에 자리잡고 있었다. 사람들은 ‘Beverly Hills’ 간판 아래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어느새 해가 서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해가 지면 위험할 것 같아 우리 가족은 서둘러 버스정류장으로 내려왔다. 다행히 해가 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오는데 성공. 옆 방 여행자들이 만들어준 비빔국수로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산타 모니카의 아름다운 해변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파도, 갈매기, 고운 모래, 그리고 십자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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