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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무상급식 거부 오세훈, 무상의료까지 비난하다니

전면 무상급식과 전면전을 벌여 온 오세훈 서울시장. 오 시장이 이번에는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무상의료' 정책까지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오 시장은 어제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ohsehoon4u)에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시리즈의 행진을 국민의 힘으로 막아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려 무상급식, 무상의료 등 진보 진영에서 주장하고 있는 보편적 복지를 비판했습니다.

오 시장은 "요즘은 잠자코 집무실 창 너머 산을 쳐다보는 일이 잦다"면서 "걱정했던 대로 무상급식을 위시해 현금 나눠주기식 복지 포퓰리즘 정책이 하나 둘씩 시리즈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오 시장은 1999년, 2009년 무차별적인 일본의 복지 정책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전면 무상급식 주장은 "달콤한 선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오 시장은 "내년 총선과 그 이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 사회에 지금 ‘복지’ 광풍이 불어 닥쳤다"고 강조하며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쟁점 사항이 될 복지 이슈를 먼저 선점해 표심을 잡아보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블로그 캡쳐화면.

오 시장은 무상급식과 관련해 "재정과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실시하는 무상급식과 같은 공짜 복지 시리즈는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재정을 악화시키고 나라의 성장력과 미래를 좀 먹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특히 오 시장은 무상급식 문제 뿐만 아니라 최근 민주당이 주장한 무상의료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습니다.

"얼마 전 민주당이 보란 듯이 제2탄 격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 다시 말해 ‘무상의료’ 정책을 들고 나왔더군요. 이어서 무상보육, 대학생 반값 등록금 정책도 시리즈처럼 줄줄이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가슴 깊이 새겨야 합니다. 무리한 복지 포퓰리즘에 의해 GDP의 200%에 달하는 장기 채무 잔고를 떠안은 일본의 경우가 우리의 일이 되지 말란 보장은 없습니다."

오 시장의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며칠 전 이재오 특임장관과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보편적 복지를 비판하는 논점과 거의 비슷하더군요. 돈이 없으니까 안 된다, 부자들까지 밥을 줄 돈 없다 등의 주장이죠.

친환경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가 맞서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서울시와 서울상공회의소 공동 주최로 열린 '2011년 신년인사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물론 복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할 시혜성 정책으로 생각한다면 오 시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복지는 우리가 숨을 쉬는 밥을 먹는 것처럼 가장 기초적인 생활의 한 부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돈이 없다고 해서 당장 국방비를 줄일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긴축 예산이라고 해도 복지는 국민들을 위해 꼭 제공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거죠.

아이들 밥을 먹일 수 있는 국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무교육의 일환인 무상급식을 차별적으로 시행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없는 사람에게 퍼주는 복지 정책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복지 정책이 필요합니다. 돈이 없다고요? 우선 순위의 문제입니다. 무상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재원이 문제라고는 하지만,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을 근로소득에서 종합소득으로 바꾸면 실현 가능한 일입니다.

무상급식과 관련, 시의회와의 타협과 대화를 거부하고 '파업'을 벌이더니 무상의료 때리기까지 하고 있는 오 시장. 마치 오 시장이 보편적 복지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진보 진영과의 각을 세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일 수도 있겠죠.

친환경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가 맞서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친환경무상급식연대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서울시당,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의 무상급식 반대 광고 게재에 항의하며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오 시장이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 것은 차기 대권을 의식한 게 아닐까요. 그동안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보수 세력을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거죠. 이런 투사적인 이미지로 한나라당 내 입지를 강화하고 여권의 대권 후보가 되겠다는 속셈이 아닌가 합니다. 또한 이런 오 시장의 보편적 복지를 향한 맹공은 진보 진영의 복지 프레임을 깨고 경쟁자인 박근혜의 한국형 복지 정책도 날려 버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스탠스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시의회도 통과한 예산안과 조례를 거부한 오 시장 때문에 서울시내 초등생 중 무상급식 혜택을 못 받는 아이들이 생기게 됐습니다. 차별없는 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 오 시장이 서울의 미래, 나아가서 대한민국이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까요.

오 시장이 자신의 입지 강화를 위한 보편적 복지를 향한 비난은 그만두고 아이들이 밥부터 먹였으면 좋겠습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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