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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좌파? 포퓰리즘? 씁쓸했던 무상급식을 향한 이념적 잣대

어제 보수단체의 연대기구인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 신년교례회가 서울 장충동 한국자유총연맹에서 열렸습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넓은 연회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열린 신년교례회의 제목이 '2011 국가 안보를 위한 신년교례회'. 보수단체가 늘 해왔던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자리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 무상급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그것도 정부와 여당의 인사들이 앞장서 무상급식을 공격했습니다.

먼저 이명박 정부의 실세라고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전면 무상급식을 선거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90도 인사를 몇 차례 한 뒤 연단에 선 이 장관은 "쓸 데 써야지 쓰지 않아도 이해가 될 수 있는 곳에 돈을 쓴다는 것은, 이것을 갖고 우리는 포퓰리즘이라고 그런다"면서 "정치인들이 표와 선거를 의식해서 국가의 재정을 거덜내도 좋다고 한다면 그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한국자유총연맹에서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 주최로 열린 '2011년 국가안보를 위한 신년교례회'에서 이재오 특임장관이 참석자들에게 90도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또한 이 장관은 단계적으로 없는 사람부터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이 옳다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손자들이나 자신의 손자에게 무상급식을 줄 돈으로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장관은 "이건희 회장 손자가 한달에 3만7천 원 급식비를 안 내고 점심을 먹는다, 정몽구 회장 손자가 한달에 3만7천 원 급식비를 안 내고 공짜로 점심을 먹는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손자가 한달에 3만7천 원 급식비를 안내고 공짜로 먹는다"라는 예를 들면서 "이게 무상급식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들에게 들어가는 무상급식의 돈을 갖고 교육 환경을 개선한다거나 더 많은 선생님을 확보해서 더 교육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더 급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장관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보편적 복지에 대해 좌파의 증오심에 가득찬 분배 주장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한국자유총연맹에서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 주최로 열린 '2011년 국가안보를 위한 신년교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원 사무총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전 재산 사회환원을 보수의 애국심이라고 칭찬한 뒤, 국민들이 좌파의 투쟁적이고 증오심에 가득 찬 분배 주장에 현혹되지 않도록 보수가 나눔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원 사무총장은 "좌파는 성취를 시기하고 증오하면서 투쟁을 통해서 강제로 분배하자고 하다"면서 국민들이 좌파의 투쟁적이고 증오심에 가득찬 분배 주장에 현혹되지 않도록 우리 보수가 모범을 보이고 노블리스 오블리주, 나눔과 포용에 앞장서야 한다고"고 강조했습니다.

무상급식이나 무상의료 등 보편적 복지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국민적 바람을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으로 깎아 내리고 이념적인 잣대로 비난한 겁니다.

씁쓸했습니다. 복지를 외치고 분배를 주장하면 좌파의 주장,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하는 전략, 이제 너무나 지긋지긋 합니다. 물론 성장을 해야 분배를 한다는 논리가 아예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사회를 볼 때 그 논리가 실현된다고 느끼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한국자유총연맹에서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 주최로 열린 '2011년 국가안보를 위한 신년교례회'에서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왼쪽부터)과 박창달 국정협 의장, 이재오 특임장관, 박세환 차기 국정협 의장, 박인주 사회통합수석비서관이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은 사상 최대였습니다. G20 정상회의도 개최해서 국격도 높였다고 합니다. 곧 선진국이 될 것만 같습니다. 아니, 이제 선진국이 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서민들의 생활로 눈을 돌려 보면 상황은 다릅니다. 수출은 잘 됐다고 하지만, 서민들의 주머니는 비어 있습니다.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국민들의 삶은 고달픕니다.

언제까지 성장을 기다려야 할까요. 어디까지 성장해야 분배가 시작될까요. 복지는 누가 선물로 주는 게 아닙니다. 요구하고 주장해야 얻을 수 있는 겁니다.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노사 관계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 그냥 얻어진 게 아니죠. 무상급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에게 차별 없는 밥을 먹이자는 것,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밥을 주자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그 정도의 경제력이 있습니다. 돈보다 우선순위를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삶의 질 향상을 원하는 국민들이 바람을 좌파의 주장으로 매도하지 마십시오. 국민들의 당연한 요구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은 20조가 넘는 돈을 들여 막무가내로 실시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원하는 무상급식을 비롯한 보편적 복지에는 왜 그리 인색한가요.

아무리 90도 인사를 해봐야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이념적 비판을 그만 두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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