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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약자 배려 강조했던 오세훈, 장애인 해피콜 예산 50% 삭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우선으로 따지고 챙길 것입니다. 모든 시정의 중심에 '사람'을 두고 따뜻한 서울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지난 7월 민선 5기 서울시장으로 취임한 오세훈 시장.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가까스로 이기로 어렵게 서울시장이 된 오 시장은 취임식에서 이와 같이 강조했습니다.

시의회는 민주당에 넘어가버린 상황에서 시민들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는 복지와 소통을 키워드로 내세웠습니다. 지난 4년 동안 디자인 등 외적인 것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복지를 강조한 겁니다. '강남 3구'를 제외한 다른 자치구에서는 한 후보에게 졌으니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었겠죠.

그런데 현재 오 시장의 행보를 보면 '따뜻한 서울'이라는 말이 공허하게 들립니다. 무상급식 논란도 그렇고 어제 제가 블로그에 올렸던 영유아 무료예방접종 공약 예산 삭감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 11월 10일 2011년도 새해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이번 예산안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재정 속에서도 시민생활안정형 사회복지부문에 가장 많은 총 4조 4296억 원(28%)을 배분한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는 올해 복지예산(4조 1803억 원)보다도 6%(2493억 원)가 증가한 수치"라고 발표했습니다.

1일 오전 오세훈 제 34대 서울시장 취임식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출처 : 서울시 언론과

수치로는 그렇지만, 국가의 지원을 받는 매칭 사업에 대한 복지 예산이 늘어났을 뿐 서울시 자체의 사회복지비 지출은 오히려 800억 원 넘게 줄었습니다.

줄어든 예산 항목을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장애인 해피콜 봉사센터 운영' 예산입니다. 올해에 비해 50%나 예산이 삭감됐죠. 4억 7백만 원 정도되던 예산이 2억 3백만 원 정도로 줄었습니다.

오 시장이 6.2 지방선거 공약에서도 언급하기도 했던 이 사업은 개인택시 기사들을 회원으로 모집해 콜택시 운영으로 이동과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의 원활한 교통이용 편의 제공을 위한 것. 현재 900대 정도의 개인 택시가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지만, 비장애인을 우선적으로 연결해주죠.

왜 예산을 줄였을까. 서울시 관계자에게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효율성'을 문제 삼더군요. 장애인 이용율이 비장애인 이용 건수보다 적다는 겁니다. 긴축 예산을 편성하는 상황에서 삭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해피콜봉사센터 관계자의 설명은 달랐습니다. 이와 같은 서울시 예산 편성이 알려지면서 봉사센터는 '초상집' 분위기라고 했습니다. 예산이 줄면 관제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거죠. 그런데 중요한 건 이 관제원들 대부분이 중증장애인이라는 것. 재취업이 어려운 이들의 삶의 터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지난 5월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회원들이 북을 치며 '장애인 활동보조 살리기 신문고를 울려라' 행사를 벌이자, 경찰들이 이들을 에워싸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또한 이 관계자는 비효율적이라는 서울시의 주장도 반박했습니다. 다른 이동수단은 오래 기다리거나 가끔 이용할 수 없는 상황도 생기지만, 해피콜센터는 100% 바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참여하는 택시를 늘리고 홍보를 더 많이 해 장애인 이용을 늘리면 되는데 무작정 예산을 삭감하려고 한다고 서울시를 비판했습니다.

비효율적이라서 예산을 삭감했다고요? 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시킨 항목에서 '다양한 뉴미디어 매체 활용 정보 제공'(5억 6천만 원) '뉴미디어용 콘텐츠 기획, 제작 및 확산 사업'(4억 1천만 원)와 같은 홍보성 예산 중 하나만 삭감해도 장애인들의 이동 수단과 생계 수단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고 따뜻한 서울을 주장하면서 다른 행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의회의 예산 심의를 통해 이 부분은 다시 복구되거나 더 확대되어야 합니다. 약자에 대한 배려나 따뜻한 서울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죠. 예산을 통해, 정책을 통해 실천해야 합니다.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없애는 일은 전혀 따뜻하지 않습니다. 예산이 없다고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우선 순위가 문제입니다. '오세훈 시정'이 꼭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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