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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계파갈등'으로 번진 '민간인 불법사찰' 우려스럽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여권 '계파갈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참 희한한 일입니다. 공직자를 감찰하는 기관에서 민간인을 사찰한 불법행위가 '영포회' 등 비선라인 논란에 이어 친이-친박의 갈등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은 비정상적으로 보입니다,

어제 친박계 핵심인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이 자신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취재진이 몰렸는데요. 전날 이 의원이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문건이 총리실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갔다고 밝힌 제보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여권내 권력투쟁을 거듭 비판했습니다. 그는 총리실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불거진 '영포회' 논란과 관련해 본질은 권력 내부의 추악한 암투라며 권력 사유화로 권력투쟁을 벌이면 권력의 밑둥뿌리가 썩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박영준 라인'과 '정두언 라인'이 권력 암투를 지적한 거죠,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드러난 것과 '영포회' 인사개입설 등에 정두언 의원이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입니다.

12일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보이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 의원에 따르면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의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세력이 권력을 두고 싸우고 있고, 이 과정에서 박 국무차장의 반대 세력이 총리실 문건을 민주당에 그대로 줬다는 것입니다.


"제일 충격적인 것 중 하나는 총리실에서 생산한 문건이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민주당 쪽으로 넘어갔다는 점입니다. 그 문건 내용 중에는 한나라당의 지도부를 공격하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친이계 정두언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일을 권력투쟁으로 모는 세력과 야당의 분열책에 당이 놀아나선 안된다"며 "이성헌 의원이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했고 상식에서 벗어나 너무 오버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눈물까지 보인 정 의원은 "이번 사태를 권력투쟁으로 모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본질은 청와대와 정부 내 비선조직의 존재와 측근의 부당한 인사 개입이다"라고 주장한 뒤, “권력투쟁으로 몰아서 사태를 덮을 수 없는 만큼 이제 정리과정을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고 밝혔습니다.

7.14 전당대회를 앞둔 한나라당이 '민간인 불법사찰'을 두고 계파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성헌, 정두언 모두 전당대회에 나가죠. 이 의원은 이번 일이 친이-친박 계파 문제가 아닌 국정을 위한 문제제기라고 했지만, 내부 권력투쟁 비판은 권력을 쥐고 있는 친이계를 겨냥한 걸로 보이죠. 이에 대해 정 의원은 권력투쟁이 아니라 비선조직의 문제일 뿐이라고 비켜섰습니다.

혼란스럽습니다.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이 여권내 '권력투쟁' '계파갈등'으로 번져가는 모양새입니다. 친이계를 공격해 이익을 얻겠다는 친박계와 '영포라인'을 비판하며 뒤로 빠지는 친이계의 모습에 정신이 없습니다. 물론 권력사유화, 국정농단 논란은 분명히 따져봐야 합니다. '영포회'와 선진국민연대 관계자들의 인사개입 등도 진상규명을 해야 합니다.

9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압수수색을 마치고 자료를 담아 돌아가는 검찰.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본질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해 버린 잔인한 국가권력을 심판하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는 나라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을 철저하게 파헤치는 게 급선무입니다.

밖에서 볼 때 아직도 정치권이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지금 정치권이 할 일은 분명합니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입니다. 또한 '민간인 불법사찰'이 어떻게 인권을 유린했는지 들여다보고 어떻게 하면 재발을 막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여권의 '권력투쟁' '계파갈등'이 '민간인 불법사찰'의 본질을 흐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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