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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의원도 못 들어가는 '민간인 불법사찰' 사무실

오늘 오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있는 창성동 정부종합청사 별관에 다녀왔습니다.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소속의원들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둘러본다고 해서 취재를 갔던 건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사무실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국회의원들에게 사무실은 보여줄 줄 알았는데 가보니 총리실 직원들이 의원들을 막더군요. 국민을 대표해서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의 핵심인 사무실을 둘러보겠다는데 그게 안 된다는 겁니다. 의원들과 총리실 직원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신건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은 "여기는 국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관"이라며 "국민은 방문할 수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금 국민은 알권리가 있고, 국민들을 대신해서 국회의원들이 왔다는 말입니다. 지금 기관장이 없다고 해서 폐쇄를 시켜서 못 보게 한다는 건 논리에 맞지 않아요. 우리는 기관장을 면담하러 온 게 아니거든요."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신건 위원장을 비롯한 김재윤, 이윤석, 우제창, 박선숙, 백원우 의원이 8일 오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실이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해 항의 방문을 하자 청사 직원이 나와 사무실 출입을 저지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하지만, 조원동 총리실 사무차장은 견고했습니다. 조 사무차장은 "여기는 실무부서다, 더군다나 감찰 기능을 수행하는 부서다"라며 "여기 사무실을 공개한다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감찰 기능이라... 민간인을 감찰해서 검찰에 고발된 직원들이 있는 부서인데도 감싸고 도는 총리실이 참 안쓰러워 보이더군요. 의원들은 아무것도 만지지 않고 단지 사무실만 보고 나오겠다, 기자는 풀을 꾸려 몇 명만 데리고 들어가겠다 등의 합의점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답답했는지 조 사무차장을 향해 "어제는 근거, 절차를 밟으면 열어준다고 하더니 오늘은 절대 안 되냐"며 "왜 강경하게 변하냐, 절차와 근거를 말씀해주시면 우리가 고려해보겠다"고 소리를 쳤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30여분 동안 건물 로비에서 총리실의 입장 변화를 기다렸지만 결국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 백원우 의원이 8일 오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실이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을 방문하자 청사 직원들이 승강기에 '승강기 점검중'이라고 붙여놓고 사무실을 폐쇄해 되돌아가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의원들은 "비밀의 문아 열려라!"라고 외치고 다시 국회로 돌아갔습니다.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는 내일 오전 총리실을 찾아가 총리실의 비협조에 대해 항의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정말 답답했습니다. '민간인 불법사찰'을 한 사무실이 감찰기관이라고 꽁꽁 감추어 주는 총리실은 누구를 위해 일하는 곳인지...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총리실의 명령을 받아서 업무를 하던 곳도 아닌데 이럴 때는 총리실이 나서서 보호해주네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의원들이 말처럼 '비밀의 문'이 돼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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