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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정운찬, 진실 은폐 없다더니 '영포회'는 언급 안해

오늘 오전 민주당이 총리실을 항의 방문한다고 해서 세종로 종합청사 총리실로 급하게 넘어가봤더니 총리는 없고 어제 조사결과를 발표했던 사무차장이 민주당 의원들과 마주보고 있었습니다.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소속 의원들이 어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자체조사 결과 발표는 전혀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항의를 하기 위해 총리실을 찾은 건데요. 정작 만나려고 했던 총리는 못 만나고 있더군요.

정운찬 총리가 청와대에 들어가 주례보고를 하고 있다고 해서 민주당 의원들이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정 총리와 확실한 약속을 정하고 온 것은 아니지만 주례보고를 마치고 총리실로 올 거라는 계산을 한 거죠.

그런데 정 총리가 주례보고는 끝냈는데 약속이 있어서 다른 장소로 이동 중이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러자 의원들은 '잠깐 들릴 시간도 없냐' '총리 언제 오냐' '총리와의 약속 시간을 잡아달라' 등의 말을 쏟아냈습니다.

총리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정 총리가 전달 받았는지 신가하게도 정 총리가 10분 뒤 총리실에 나타났습니다.

6일 오전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나 정운찬 총리.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지는 가운데 정 총리와 악수를 나눈 민주당 의원들은 어제 총리실 조사결과 발표를 지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신건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은 "공권력이 불법적으로 민간인 사찰하면서 인권을 침해했다는 점과 비선라인 의혹이 총리실 조사과정에서 명백히 밝혀져야 하는데 그것은 전혀 밝히지 못하고 공직지원윤리관의 변명만 담아 발표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구성과 운영이 영일·포항 출신 공직자 모임인 '영포회'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총리실에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민주당은 공직기강이 무너진 것을 책임지고 총리가 사퇴하고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선호 민주당 의원은 "총리실 조사를 하려면 윤리관실이 어떻게 해서 구성됐고 이 인원을 배치한 사람이 누구고, 구성원은 영포회와 어떤 관련이 있고,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보고가 돼서 영포회가 어떻게 배후에서 했는지 밝혀야만 무너진 법치행정을 세울 수 있다"면서 "희대의 국정농단이 벌어졌는데 몇 사람 직위해제하고 검찰 이첩했다고 끝났다고? 그 자료 가지고 뭘 하고 검찰이 무엇을 밝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총리도 무시하고 청와대로 직보하고 고향사람들이 대통령 등에 업고 공직기강 무너뜨린 것"이라며 "총리, 총리실장 다 물러나야 하고 대통령은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자윤리지원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총리접견실에서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신건 위원장을 비롯한 유선호, 조영택, 이석현, 박기춘, 박선숙, 백원우 의원이 항의 방문해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불법 민간인 사찰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이에 대해 정운찬 총리는 진실을 은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더 조사할 것이 있으면 조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 총리는 "진실을 은폐한다던지, 국민을 속이려고 하는지 전혀 없었다"면서 "우리들이 갖고 있는 한계가 있어서 조사결과에 대해서 만족 못할 수 있지만 총리실 조사가 다 끝난 것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기관이 개인을 조사했다는데, 저도 그런 일이 있었다면 분명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검찰이 수사하는게 잘 수사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정 총리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직원 현황과 감찰상황 보고서 등 민주당이 요구한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뒤,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직을 점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 총리는 "검찰에서 만약 이런 저런 자료를 달라고 하면 다 조치할 것이고 여러 의원님들이 이런 저런 자료를 달려고 하면 아는 범위 내에서 다 제공하겠다"며 "공직윤리관실 조직에 대해서 다시한번 점검해 보는 한편 조직의 업무 매뉴얼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살펴보고 조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끝까지 공직윤리지원관실을 폐지하겠다는 말은 안 했네요.

하지만, 정 총리는 총리실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총리실도 무시하고 각종 보고를 하는 비선라인 '영포회'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진실을 은폐할 의도는 없다고 하는 정 총리가 별로 미덥지 않네요. '영포회'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관계, 공직기강 문란 문제 등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총리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정 총리는 진실을 은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논란의 핵심 '영포회'를 조사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부실한 조사를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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