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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민주통합당 지도부 선출 결과가 아쉬운 이유

어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지도부 선출대회에 다녀왔습니다.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한명숙 후보가 제일 많은 득표율을 얻어 신임 당대표가 됐죠.

이로써 지난 26일 예비경선을 통과한 9명의 후보는 총 6차례의 TV토론회와 11차례의 지역 합동연설회의 대장정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번 대회는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의 합당과 한국노총과의 통합 이후 처음 열리는 전당대회인데다, 모바일 투표 도입으로 시민선거인단 64만여명을 포함한 사상 최대의 선거인단 투표에 참여하면서 경선 결과에 큰 관심이 모아졌는데요.

14일까지 당원 12만여명과 시민 선거인단 64만여명의 투표 마감 결과 신청자 76만 5천여명 중 53만여명이 투표해 69.2%의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9일부터 진행된 모바일 투표는 59만8000여명 가운데 49만6000여명이 투표에 참여해 82.9%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어제 하루 진행된 전국 251개 투표소에서 실시된 현장투표에는 16만7000여명 중 3만4800여명만이 참여해 투표율은 20.8%에 그쳤습니다. 투표율을 보면 이른바 20,40 세대가 투표에 많이 참여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당원과 시민선거인단의 투표는 최종 결과에 70%가 반영됐고 어제 킨텍스 현장에서 실시되는 대의원 2만여명의 현장 투표 결과는 최종 결과에 30% 반영됐는데요. 특히 대의원의 표는 시민선거인단 규모가 커지면서 1표가 시민 15표와 맞먹는 효과를 내고 있어서 대의원들의 투표 결과도 주목됐고, 또한 1인 2표라는 투표방식이 각 후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 쏠렸습니다.

전당대회 분위기는 아침부터 뜨거웠습니다. 각 후보 지지자들이 행사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신나는 음악에 율동을 하면서 지지를 호소했고요. 입장하는 대의원들에게 후보들의 명함을 나눠주며 표심잡기에 나섰습니다.

후보들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대의원들이 지지하는 후보 이름을 연호하고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달궜고요. 수감 중인 정봉주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피켓 시위도 이어졌습니다.

오후 2시10분쯤부터 아홉 명의 후보들이 단상에 올라 10분씩 정견발표를 했는데요. 각 후보의 주요 연설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제일 처음 단상에 오른 기호 3번 이인영 후보는 주먹을 높이 들고 "누가 당의 얼굴이 돼야, 간판이 돼야 확실히 달라졌다고 하겠냐"며 젊은 대표론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이 후보는 "젊은이들이 스마트폰과 투표용지를 들고 세상의 변화를 갈망한다"며 "저들의 가슴에 불고 있는 변화의 가슴에 활화산같은 불덩이를 던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후보는 "더 이상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반사이익에 머물지 않겠다"며 "공천 혁명을 통해 가치와 비전 중심으로 민주통합당을 탈바꿈해 복지, 평화, 친환경, 친노동, 친서민 녹색 정당으로 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분홍색 넥타이를 하고 단상에 오른 기호 8번 박지원 후보는 "총선, 대선 승리를 위해 준비된 당대표 검증된 리더십이 필요하며" 표심을 자극했습니다.

박 후보는 "BBK가 이명박 소유라고 말한 박근혜 씨는 어떻게 비대위원장을 하고 있는데 같은 말을 한 정봉주는 왜 구속돼야 하냐"면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와 검찰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박 후보는 "자신은 6.15 남북 정상회담 성사시킨 주역"이라며 "풍부한 경험과 북한에 있는 네크워크를 활용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시민사회운동을 펼쳐왔던 기호 2번 이학영 후보는 넥타이를 하지 않고 단상에 올라 시민이 만드는 첫번재 당대표가 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이 후보는 시민사회운동을 해왔던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민주통합당을 자랑스러운 시민 정당으로 만들어, 시민이 주인되는 복지의 나라, 남북이 평화롭게 잘 사는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후보는 연설 중간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를 들려주며 약자들이 사랍답게 살수 있는 나라, 평화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주통합당 첫 당대표로 선출된 한명숙 신임대표가 15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에 나선 9명의 후보들. 출처 : 오마이뉴스


기호 1번 한명숙 후보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으로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하겠다"며 표심을 자극했습니다.

한 후보는 "당대표가 되면 총선 승리로 원내 제1당으로 만들어서 이명박 정권 실정, 비리, 부패를 낱낱이 밝히겠다"면서 "BBK 의혹 속시원히 밝히고, 정봉주와 표현의 자유 석방시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한 후보는 "자신이 독재와 싸울 때 박근혜는 청와대에 있었다"며 "박근혜와 선명한 구도를 만들어 한나라당의 정권 연장을 막겠다"고 주장했습니다.

기호 5번 박용진 후보는 신장개업한 민주통합당의 변화를 보여주려면 진보정치와 역동성을 보여온 자신이 최고위원이 돼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박 후보는 "삼국지의 청년 장수 조자룡처럼 진중을 박차고 나가면서 한나라당과 맞서 싸우고 낡은 정치 세력을 일소하겠다"며 "계파와 돈 없이 진보정치의 자신감과 열정을 가지고 나온 자신을 지도부로 선출해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박 후보는 "땀을 흘리는 노동자가 하루 아침에 일자리에 쫓겨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진보 노동자와 함께하는 최고위원이 되서 비정규직 차별법 등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기호 6번 박영선 후보는 민주통합당의 담대한 변화 그 희망의 증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인 자신이 대표가 돼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박 후보는 "1%의 특권층을 대변하는 여왕정치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과 맞서 싸우겠다"며 "누가 진정한 서민의 대한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박근혜 위원장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박 후보는 "정당혁명, 공천혁명을 하겠다"며 "공천권을 완전히 국민에게 돌려줘 국민이 원하는 유능하고 젊은 후보가 뽑힐 수 있게 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호남 출신 기호 4번 이강래 후보는 탈호남 노선을 지향하다가 문을 닫은 열린우리당의 전처를 밟지 않기 위해 젊고 개혁적인 호남의 대표주자인 자신이 지도부에 꼭 들어가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이어 이 후보는 "정권교체 없이는 양극화 문제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며 "정권교체 경험이 있는 자신이 당대표가 되서 정권교체에 체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 후보는 "6월 국회에서 한미FTA 재협상을 압박하겠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 정권을 교체해서 한미FTA를 폐기시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4월 총선 대구 지역 출마를 선언한 기호 9번 김부겸 후보 대한민국의 암 덩어리 지역주의와 정면 승부를 하겠다며 표심을 자극했습니다.

이어 김 후보는 "여러분이 저를 버리면 막강한 한나라당 세력과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과 대구에서 어떻게 싸우겠냐"며 "여러분이 여러가지 결심을 하고 왔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기회를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김 후보는 "박근혜 한나라당 위원장이 지금도 BBK가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라고 믿는다면 정봉주 석방탄원서에 서명해야 한다"며 "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부일, 정수 장학회 부산일보, 영남대학교도 국민 손에 돌려주고 대선에 나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야권통합 시민 운동을 해왔던 기호 7번 문성근 후보는 민주통합당의 모든 정파를 융합하는 거대한 용광로가 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문 후보는 "6월에 국회가 개원되면 특검을 발동해서 이명박 정권의 온갖 작태를 깨끗이 갈아 없겠다"며 "선관위 테러 사건에 대통령이 법적인 책임이 있다고 밝혀지면 임기가 단 하루가 남더라도 반드시 탄핵해 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후보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려의 당했던 온갖 수모를 깨끗하게 돌려내겠다"며 "함게 해달라고" 외쳤습니다.

민주통합당 첫 당대표로 선출된 한명숙 신임대표가 15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에서 신임 지도부. 출처 : 오마이뉴스


여러분이 현장에 있었다면 누구에게 표를 주셨을 것 같으신가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경선 결과가 조금 아쉽습니다.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그리고 한국노총이 결합한 '민주통합당의 지도부에 시민사회, 진보정치 출신이 한명 정도는 더 들어갔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영선, 김부겸, 이인영 후보 등이 최고위원이 되면서 호남정당에서 벗어나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성과는 있었지만, 시민사회 쪽에서 문성근 후보만이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변화와 쇄신에 주춤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듭니다. 일각에서는 '도로 민주당'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명숙 대표의 리더십이 더욱 더 중요해진 이유입니다. 한 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친노, 반노, 비노 구도는 언론에서 만든 구도다. 분열적인 레토릭이다. 내가 보기엔 한명숙은 친 DJ다. 김대중 대통령이 불러서 정치권에 임명했고 김대중 대통령이 장관도 만들어줬다. 참여정부에도 참여했지만 원래 나는 친 DJ다. 나에게 친노라고 하는데 민주통합당 하는 모든 사람은 친노다. 반노가 없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 시민사회계, 민주당, 노동계 모두 화학적 결합 이뤄냈다. 정책 실현하는 데 있어서 서로 다른 의견은 한명숙의 장기인 화합과 통합, 갈등 조정 능력을 발휘해서 의견 조정을 통해서 화합해 추진해 나갈 생각이다."

당내 화합과 통합을 비롯해 그동안 후보들이 입을 모아 공약했던 각종 개혁적인 정책들. 모바일 투표라는 혁명적인 방법을 통해 탄생한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앞으로 어떻게 속을 채워나갈지 주목됩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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