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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박근혜의 입' 전여옥 의원이 박근혜 떠난 이유

어제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의 책 'i전여옥' 출판기념회에 다녀왔습니다.
 
축사를 위해 단상에 올라온 정몽준 의원이 전 의원의 책을 펼치더니 전 의원이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정치력을 비판하는 부분을 읽기 시작합니다.  

정 의원은 "'친박 의원들 사이에는 박 전 대표의 뜻을 헤아리느라 우왕좌왕하는 것이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러면 박 전 대표는 제가 꼭 말을 해야 아시나요, 라고 한다고 한다. 선문답하듯 한마디씩 던지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라, 하는 것은 그 자체가 비민주적이다.'"라며
"이렇게 솔직하게 쓰셔도 괜찮은 것인지 저까지 좀 걱정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몽준 의원이 조심스럽게 전한 전여옥 의원의 책에는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요. 직접 구해서 읽어봤습니다.  

10일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전 의원은 자신의 정치 철학과 의정 활동은 물론 대변인 시절 지켜봤던 박근혜 위원장의 소통 능력과 지도력에 대한 평가를 책으로 풀어냈습니다.  

전 의원은 "박근혜는 늘 짧게 답한다"면서 "뭔가 깊은 내용과 엄청난 상징적 비유를 기대했다, 그런데 거기에서 그쳤다, 어찌 보면 말 배우는 어린아이들이 흔히 쓰는 '베이비 토크'와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전 의원은 박 위원장이 "인문학적인 콘텐츠는 부족했다"며 "신문기사를 보고 분석하는 능력이나 해석하는 깊이 같은 것은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전 의원은 "저렇게까지 대통령이 되고 싶을까 싶을" 정도로 "박 위원장의 권력 의지는 대단했다"면서 "그녀에게 있어서는 권력이란 매우 자연스럽고 몸에 맞는 맟춤옷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전여옥 의원이 쓴 'i전여옥' 표지.


 그러면서 "박근혜에게 한나라당은 '나의 당'(My way)이었다, 대한민국은 우리 아버지가 만든 '나의 나라(My country)'이었다. 이 나라 국민은 아버지가 긍휼이 여긴 '나의 국민(My people)'이었다. 물론 청와대는 '나의 집(My house)'이었다. 그리고 대통령은 바로 '가업', 즉 '마이 패밀리스 잡(My family's job)'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전 의원은 대변인 시절 박근혜 위원장의 차에 같이 탈 수 없었던 사실을 떠올리며 "운전기사와 비서관 말고는 불편한 것이다. 당의 대변인조차 불편할 정도였다. 하루 종일 같이 타는 것도 아니고 주요 행사에 일종의 수행인데 그 순간이 불편하다는 것은, 그리고 나뿐 아니라 어떤 의원도 그녀의 차에 동승한 적이 매우 드물다는 것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라며 박 위원장의 스킨십이 부족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전여옥 의원의 책 'i전여옥'.


특히 '박근혜의 입'으로 불릴 정도로 박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전 의원은 "박근혜 후보가 순발력이 부족하고 백단어 공주라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면서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이유도 밝혔습니다.  

전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핍박 받았던 한명숙 전 총리가 '박근혜 대항마'였다며 "모든 것을 다 떠나서 가해자 대 피해자의 구도라, 나는 심각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의원은 "나는 도저히 박근혜 카드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근혜가 후보가 된다면 저쪽 후보는 한명숙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것은 내게는 필패의 카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 이 나라 첫 여성 대통령이 되는 것이 과연 이 시대에 맞는 '시대정신'인가"라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위원장의 정치 지도력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전여옥 의원의 책은 '박근혜 비대위'의 인적 쇄신에 대한 친이계의 반발과 맞물려 한나라당 내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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