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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박근혜 비대위' 갈등, 개콘 '비상대책위원회' 떠오르는 이유

어제 한나라당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이 자리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권영세 사무총장 등 중앙당직자들과 이종구 서울시당위원장, 정몽준 의원 등 서울지역구 의원들이 함께 했습니다.

건배 제의를 3번이나 할 정도로 신년인사회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지만, 저에게는 최근 한나라당의 내홍이 드러나는 자리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재오(은평을). 홍준표(동대문을) 등 서울지역 의원들이 많이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이명박 정권 실세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는 총선, 대선 승리를 다짐하는 화합의 자리가 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최근 '박근혜 비대위'와 친이계들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더 그랬습니다.  

박근혜 위원장의 인사말에는 뼈가 있었습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다른 생각하지 말라'며 '이명박 정권 실세 용퇴론'에 반발하고 있는 친이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출처 : 오마이뉴스

 
박 위원장은 오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다른 생각하지 말고 국민의 입장에 서서 무엇을 해야 희망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며 '비대위 흔들기'에 나선 친이계를 겨냥한듯한 말을 했습니다. 

"우리 한나라당과 우리 정치가 국민들께 새해 첫 일출과 같은 그런 기대와 희망의 존재가 꼭 되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아주 큰 선거가 두번이나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른 생각하지 말고 오직 국민의 입장에 서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희망을 드릴 수 있을 것인가. 이것만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부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해 7월 친박계의 지원을 받아 서울시당 위원장에 당선된 이종구 의원도 국민의 뜻에 따라 상식적인 정치를 해야 한다며 박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이제 우리는 천막당사로 돌아가야 합니다. 국민의 뜻과 눈높이에 맞춰서 상식적인 정치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친이계 장제원 의원은 어제도 오늘도 트위터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정권 실세 용퇴론'을 펼친 김종인, 이상돈 두 비대위원의 비리 전력과 객관적이지 않은 용퇴 기준을 비판하며 사퇴를 주장했습니다. 
 
장 의원은 '비대위와의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전여옥 의원도 '충격적'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정권 실세 용퇴론'을 비판했습니다.

'박근혜 비대위'는 한나라당에 등 돌린 민심을 달래기 위한 인적 쇄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친이계는 일부 비대위원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단 행동까지 거론하며 '기득권 지
키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주에 김종인 비대위원이 '한나라당이 안이해졌다'고 비판했듯, 최근 한나라당이 모습은 국민들 눈에는 '밥그릇 싸움'으로만 보입니다. 당 내부에서도 지난 10.26 서울시장 선거 패배와 디도스 공격 사건 이후 존폐 위기에 놓였던 한나라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KBS 개그콘서트 인기코너 '비상대책위원회'. 출처 : KBS

 
지난 2004년 17대 총선 직전 탄핵 정국에서 큰 위기를 경험했던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중진들의 연쇄적인 불출마 선언과 천막당사 등으로 기사회생했습니다. 하지만, 19대 총선을 앞둔 현재 한나라당은 불출마 선언도 뜸하고 친이계의 반발로 쇄신 중의 가장 기본인 인적쇄신조차 못할 판입니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한 총선, 인적쇄신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간판'이 그대로인 한나라당을 과연 국민들이 신뢰할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안돼~" "안된다니까~" 

'박근혜 비대위'와 비대위를 놓고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의 내홍을 보면 KBS2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코너 '비상대책위원회'가 떠오릅니다.

한쪽에서는 '시간이 없다'며 쇄신에 박차를 가하자고 하고 한쪽에서는 '안돼'를 외치고. 코미디가 따로 없습니다. 결국 개콘에서처럼 '대통령'이 나서야 코너가 마무리될 수도 있겠네요.

개콘보다 더 '흥미진진한' 한나라당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합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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