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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고달픈 청춘을 향한 '뉴욕 하루키'의 메시지

"한미FTA 비준 무효!"
"월가를 점령하라!"
"일자리를 달라!"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국적불문이다. 광화문광장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저 멀리 유럽과 중동 그리고 미국까지. 젊은이들이 거리 위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다. 외치는 구호도 비슷하다. 1% 가진자들을 규탄하는 목소리다.

하지만, 정부는 잔인했다. 대한민국 경찰은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를 규탄하는 젊은이들에게 '시원한' 물대포를 안겨줬고, 미국 경찰은 월가 시위대에게 최루액을 쏘아댔다. 이집트 젊은이들은 고무탄에 맞아 숨지기까지 했다.

자, 한번 주위를 둘러보자. 어디를 봐도 잿빛이다. 미래는 보이지 않고 현재는 막막하다. 과거는 떠올리기도 싫다. 푸르른 젊은이들은 숨이 막힌다. 아무리 소리를 쳐봐도 역사의 수레바퀴를 막아선 권력자들의 횡포를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다.  

한미FTA 반대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는 경찰. 출처 : 오마이뉴스


그래서 타오 린이 쓴 <Eeeee 사랑하고 싶다>(푸른숲 펴냄)는 예사롭지 않다. 구호도 물대포도 최루액도 등장하지 않지만, 그냥 넘길 수 없다. 삶과 세상의 부조리에 고민하는 이 시대 청춘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아직 생소한 미국 소설가 타오 린은 1983년생 대만계 미국인으로 소설 뿐만 아니라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예술가다. 약력에는 뉴욕대학 문예창작상, 액션북스상 등 각종 수상과 독립출판사 편집자와 영화사 대표라는 직함도 보인다.

"우리의 뒤통수를 느닷없이 후려치고 나서 두고두고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작가" "가장 대담하고, 가장 재미있고, 가장 기묘한 작가"라는 찬사를 받으며 미국 문단에 등장한 타오 린은 '뉴욕의 무라카미 하루키'로 불릴 정도로 현지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의 국내 첫 출간작 장편소설 <Eeeee 사랑하고 싶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적 재능을 맘껏 펼쳐

출처 : 푸른숲

보인 작품이다. 물론 젊은 타오 린의 문체는 아저씨 하루키보다 더 발랄하고 더 우울하고 더 기발하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혼란스럽다. 무기력하고 우울한 현실과 유쾌한 상상을 넘나든다. 주인공 앞에 등장하는 곰과 돌고래는 주인공을 위로하고 무기력한 청춘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특히 돌고래의 울음소리는 의미심장한 구원의 메시지로 느껴진다. 

"방 안은 아주 고요했다. 크리스마스트리 불빛이 깜빡거렸다. 냉장고는 아주 조용했다. '또 오고 싶니?' 돌고래가 말했다. '응.' 돌고래가 엘렌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들은 엘렌의 방으로 갔다. '너무 재밌었어.' 돌고래가 말했다. 엘렌이 돌고래를 안아주었다. 돌고래가 울었다. 돌고래는 아주 조용하게 소리를 냈다. '끼이이이이 끼이이 끼이이이.'"

소설 내내 느껴지는 즉흥적이고 대담한 인물들의 말투와 행동은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소설이 젊고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소설 곳곳에서 승자 독식 논리가 작동하는 자본주의에 반기를 들고 기득권층을 비판하는 장면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들려오는 젊은이들의 구호와 메시지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어쨌든 그는 자본주의를 반대한다. 자본주의는 대중으로 하여금 인간다운 지각능력을 잃게 하고 대신 비현실적인 추상관념에 집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회사 역시 테러리스트들과 마찬가지로 맥도날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게 아닐까? 아이들을 점점 뚱뚱하게 만들어 결국 암이나 심장마비에 걸려 죽게 만드니까 말이다. 왜 맥도날드는 아프리카에 무료 식당을 열어 사람들을 살리지 않는 걸까?"

지금은 위로와 공감의 시대다. 특히 세상의 부조리에 절망하고 고통받는 청춘들에게는 위로와 공감이 필요하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박경철 원장의 콘서트가 사랑을 받았던 이유도,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도 결국 위로와 공감이었다.

6일 오후 8시(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코프만 센터의 머킨 홀에서 첫 번째 공연을 열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인터넷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팀은 미국 뉴욕 월가 시위대에게 피자 500인분을 '쏘며' 위로와 공감을 실천하기도 했다.

젊은 예술가 타오 린도 그 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가 외로운 소설 속 주인공들의 상상을 통해 나누고 싶었던 것도 바로 위로와 공감이었으니까. 그 점에서 타오 린의 소설은 청춘들에게 매력적이다.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자. 잿빛 하늘 아래 돌고래가 손을 흔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끼이이이이 끼이이 끼이이이."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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