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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쓸쓸했던 한나라당 창당 14주년 기념식

어제 오후 국회에서 한나라당 창당 14주년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기념식에서는 잔치 분위기를 별로 느낄 수 없었습니다. 당 지도부는 생일 축하 떡을 자르며 자축해도, 홍보 동영상이 나와도 가라앉은 분위기는 어떻게 할 수 없더군요.

이 기념식에서 한나라당이 처한 현실이 잘 보였습니다.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패한 이후 불어닥친 쇄신 요구, 당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이런 상황에서 맞은 14번째 생일은 기쁜 날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의원들이 기념식에 불참했고, 홍준표 대표의 표정도 기념식 내내 어두웠습니다. 기념식이 끝나기도 전에 대부분의 당원들은 자리를 비웠습니다.

게다가 축사에 나선 홍 대표의 말을 들어보니 기념식은 마치 한미FTA 비준안 강행 처리 결의대회처럼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홍 대표는 한미FTA 비준안 강행 처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그는 인내에 한계가 왔다며 처리할 순간이 오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처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창당 기념식 축하 떡을 자르는 한나라당 지도부. 출처 : 오마이뉴스


"이제는 우리가 강행 처리니 단독 처리니라는 말 보다도 이제 참을 만큼 참았고 인내에도 한계가 오고 이제 우리가 하는 일은 정당행위입니다. 국민 요구에 의한 정당행위이기 때문에 처리해야할 순간이 오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홍 대표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 ISD 폐기를 주장하며 한미FTA 처리에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또 폭력으로 저지하려고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방금 전국위원회가 김학송 의장을 선출하고 끝났는데 한미FTA도 이렇게 순조롭고 만장일치로 끝났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민주당의 요구를 100% 다 들어주고도 지금 또 폭력으로 저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편, 당사 매각 등의 쇄신안을 내놓았다가 비판받았던 홍 대표는 한미FTA 비준안 처리 이후 본격적인 당 쇄신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창당 기념식에 참석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출처 : 오마이뉴스


"국민들이 또다시 변화와 쇄신과 혁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미FTA가 처리되고 나면 쇄신 연찬회를 열어서 당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 국민의 재신임을 받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의견을 다 모으도록 하겠습니다."

홍준표 대표는 창당 14주년을 맞아 국민을 위해 당을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들이 우려하는 한미FTA 비준안 강행 처리를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한나라당이 내년에 창당 15주년 기념식을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 그만큼 정부와 여당이 민심에서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한미FTA를 직권상정 등을 통해 강행 처리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창당 14주년을 맞은 한나라당이 국민들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교수에게 왜 열광하는지, 왜 기존 정치권을 불신하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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