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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부모가 아이들 자퇴시켜 세계여행 떠난 이유

545일, 1년 6개월 동안 다섯 식구는 세계여행을 했습니다. 부모는 안정된 교사직을, 아이들은 학교를 그만둬야 했지만 가족은 여행에서 새로운 삶을 발견했는데요. 가족이 함께 걸었던 5개 대륙 33개 나라는 살아 있는 인생 학교였습니다.

남편과 세 아이와 함께 한 세계여행기 <세상이 학교다, 여행이 공부다>를 쓴 박임순씨는 지난 15일 생중계된 <오마이뉴스> 저자와의 대화에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긴 여행을 떠난 이유와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교육방법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박씨는 아이의 성적 문제 때문에 가정 안에서 희망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다시 돌아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씨는 여행을 통해 아이들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됐고 새로운 교육에 대해서 눈을 뜰 수 있게 됐다고 밝혔기도 했죠.

"이대로 살았을 때 1년 뒤에는 행복할까? 5년 뒤에는 행복할까? 5년 뒤 쯤에는 정말 내 아이는 행복한 모습일까? 그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전부 다 '노'더라고요. 그 순간에 제가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한 지붕 아래 5명이 사는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게 이상할 정도로 하숙생처럼 살더라고요. 각자 방으로 들어가면 끝이더라고요.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저희 가족은 웃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환히 웃을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한 거죠."

자녀교육법 등에 대해 설명하는 박임순씨. 출처 : 오마이뉴스


박씨가 가족여행에서 체득한 자녀 교육법은 존중과 여유. 박씨는 서로 존중하는 부모의 모습에서 아이들의 자존감이 커지고, 욕심을 버리고 여유를 가질 때 아이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르다가 아름다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가족을 손님처럼 대하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자존감 계좌에 팍팍 쌓입니다. '나는 괜찮은 집안의 아이구나', '우리 핏줄은 괜찮은 것 같아', '우리 부모님은 정말 사랑하시는 것 같아' 그런 부분들에서 아이들의 자존감이 쌓이고 결국은 가정의 질서가 잡히게 됩니다. 하나의 실수로 그 아이 전체가 망쳐지는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실수했을 때 속으로 '면역주사 하나 또 하나 맞았네, 감사하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여유가 있고 아이도 저도 평화롭고 아이는 더 긴장하고 스스로 하더라고요. 아이에게는 자신만의 명작을 그릴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욕심을 버리고 여유있게 멀리서 지켜봐주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또한 박씨는 대학 입학으로 끝나는 교육이 아니라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금 대학을 최종 목적으로 삼고 대학을 들어가고 나면 그 이후에는 뭐하지라고 하는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다인종, 다문화, 다언어 사회입니다. 어디를 가도 우리 색깔이나 언어로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닙니다. 우리는 자동으로 앉아 있어도 글로벌이 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여행 다니면서 느끼는 게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세상은 이렇게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럼 뭘까요. '대학가라' 등 엄마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게 해결책이 아닙니다. 아이의 진로에 대해서는 전 생애에 걸쳐서 '아이의 흥미와 적성이 뭘까'부터 시작해서 방향을 잡아줘야 합니다."

저자 박임순씨. 출처 : 오마이뉴스


이어 박씨는 아이들이 20세 전후에는 경제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자녀독립 프로젝트'를 제시했습니다.

"기술을 배우고 먼저 취업을 해보자. 제 첫째 아이는 사람을 좋아하고요. 남을 도와주기를 좋아하고 외모에 관심이 많습니다. 병원코디, 피부미용관리사 자격증을 땄고 지금은 비만관리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공부하다 보니까 심리를 공부하고 싶어합니다. 토탈 캐어와 관련해서 남미에 가서 사업을 하고 싶어 합니다. 거의 대부분이 대학을 가는데 제가 대학 다닐 때와 지금 대학의 메리트가 다릅니다. 지금은 대학의 메리트가 고등학교 수준입니다. 속도가 중요합니다. 나머지 공부를 스스로 하는데 대학원에서 본격적인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대학은 빠른 속도로 하는 방법도 하나의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자리에는 박씨의 남편 옥봉수씨가 참석해 청중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고민을 풀어줬습니다.

"부모가 아이 인생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부모가 생각하는 고민과 계획에 내 자녀가  큰 의미를 두고 있을까요. 결국 아이의 인생을, '아이가 행복해 하는 것인 무엇일까'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죠. 그렇지 않고 부모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을 갖고 아이를 맞추다 보면 결국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든 안 그만두든 자기 인생을 자기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박임순, 옥봉수 부부, 출처 : 오마이뉴스


저는 아직 미혼이라 자녀교육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데요. 주위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말 고민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우리나라 공교육 문제라든가, 과열경쟁, 입시위주 교육 등이 부모와 아이 모두 힘들게 합니다.

교육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은 없겠지만, 조금 더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은 모색해볼 수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한 가족이 떠난 세계여행은 시도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 여행이 가족 구성원 모두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는 점도 눈에 띄고요.

부모와 아이들이 지치지 않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교육 방법은 앞으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과제 같습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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