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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이 조심해야 할 함정은?

'국민의 눈을 통해 재판을 한다'는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된지 올해로 4년째. 하지만 아직도 많은 시민들에게 배심원이 유·무죄를 권고하는 재판이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최근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에 대한 이야기책 <확신의 함정>을 쓴 금태섭 변호사는 그저께 생중계된 <오마이뉴스> 저자와의 대화에서 국민참여재판의 취지와 배심원의 역할 등을 실제 사건을 예로 들며 쉽게 설명했습니다.

먼저 배심원이 된 시민들은 어떤 종류의 사건을 판단해야 할까. 금 변호사는 강력 범죄 피고인에 대한 사실 관계와 고의성 등을 파악해 유·무죄나 형량을 권고해야 하는 배심원들의 역할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금 변호사는 술에 취한 동거남을 진정시키려다가 동거남을 작은 칼로 찔러 숨지게 한 여성의 사건을 예로 들었습니다.

"재판장에게 제가 살인의 고의를 부인한다고 얘기했더니 칼을 가지고 가슴을 찔렀는데 어떻게 살인이 고의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겠냐. 병원에 갈 때만 해도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가 죽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가 갑자기 의사가 '위독하다' 그러고 조금 있다가 남자가 죽으니까 여자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건 직후에 만났는데 '자기는 죽어도 할 말이 없다, 사랑하는 남자를 죽였으니까'. 그런데 자기가 볼 때는 (칼이) 반쯤 들어갔는데, 그것도 우연히. 여자는 죽일 생각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여러 번 찌른 것도 아니고 한 번만 찌른 거고요. 배심원들이 이게 살인죄인지 아닌지 판단하게 됩니다."

9일 저자와의 대화에 나선 금태섭 변호사. 출처 : 오마이뉴스

특히 금 변호사는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이 조심해야 할 함정이 감정이라며 평소에 많은 사례를 보고 판단을 내려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배심원은 (사건을) 보다 보면 감정에 빠지기 싶습니다. 합리적 판단을 하려면 많은 사례를 보는 게 좋지 않을까. 판사들의 강점이라는 것이 여러 사건을 하기 때문에 합리적 판단을 하기 낫다고 한 것처럼 다른 것을 판단할 때 함정에 안 빠지려면 신문이나 드라마를 보고 생각했다가 과연 맞는 판단을 내렸는지 뒤돌아보고. 이런 걸 하다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금 변호사는 번거로운 국민참여재판 준비 과정과 하루 안에 끝내야 하는 부담감 그리고 배심원이 특정한 연령층 등에 편중될 가능성도 지적했습니다.

"배심원의 문제점 중 하나가 직장에 있는 사람은 못와서 편중될 위험도 있습니다. 지역에서 배심원 뽑으면 한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는 사람이 있으면 유죄 선고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비효율적이라는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국민참여재판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9일 저자와의 대화에 나선 금태섭 변호사. 출처 : 오마이뉴스


지난 2006년 검사 재직 시절 <한겨레신문>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을 기고했다가 검찰 조직의 압력 등으로 연재를 중단했던 금 변호사는 법조계의 잘못된 관행인 전관예우 근절과 재판의 본모습 찾기를 그 이유로 꼽았습니다.

"법정에서 공방이 이뤄져서 예를 들어서 피고인이 무죄라고 생각하면 무죄 주장을 하고 또 검사가 유죄라고 생각하면 유죄라고 생각하고 거기서 치열하게 다투어지다가 그것을 듣고 판단하는 것인데 서류만 오고 가는 것은 그건 수사기관에 있던 일을 재확인하는 것이지 재판의 본래적인 모습이 아니지 않냐는 반성이 있어서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된 겁니다. 검사든 변호사든 배심원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래서 첫째로는 전관예우라는 게 있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판사나 검사나 지금 변호사가 대법관을 그만 두고 막 개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배심원은 그걸 모릅니다. 배심원은 자기들이 알아듣게 설명하는 게 중요하지 그 사람이 전관이라고 봐주는 게 없습니다."

금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이명박 정부에서는 별로 활성화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처럼 시민이 참여하는 재판이 늘어나고 배심원의 의견이 더 존중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자기들은 유죄라고 생각해도 시민들이 와서 무죄라고 하면 차마 유죄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에서도 배심원의 의견이 잘못됐다는 근거 없이 판사가 멋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판례가 있기 때문에 배심원의 의견은 굉장히 존중되고 있고 앞으로는 더욱 그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금 변호사의 저서 <확신의 함정>에는 잠재적 배심원인 독자들을 위한 다양한 사건과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저자의 폭넓은 시각이 담겨 있습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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