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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백혈병 병장에게 두통약만? 군인잡는 군 의료

어제 뉴스에 정말 안타까운 사건이 보도됐습니다.

전역을 불과 3개월 남긴 육군 병장이 군 의무대의 잘못된 진료로 치료시기를 놓쳤다고 합니다. 고통을 호소하던 병장은 알고 보니 백혈병에 걸린 것이었고, 앞으로 두 달만 살 수 있다는 시한부 판정까지 받았습니다. 

이 병장은 몇달 전부터 두통에 시달렸습니다. 미니홈피에 자신이 느끼는 고통에 대해 적어놨더군요.

"머리도 아파서 움직이는 것도 힘들다"
"진짜 어리럽고 핑돈다. 춥고 온몸에 식은땀이 흐른다"

결국 이 병장은 지난 9일 야간 당직 이후 고열로 정신을 잃고 민간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이 병장은 거기서 시한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충격적인 사실을 접한 병장의 가족들은 군 의무대의 엉터리 진료를 지적했습니다. 뉴스에 나온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두통약만 계속 먹고...아버지가 '병원 가봐라' 했더니 병원에 안 보내준대요. 병원가려면 이번에 휴가 나오는데 그 휴가에서 빼겠다고 그랬나봐요."

군 의무대에서 고열과 두통을 호소하는 병장에게 두통약 두 알만 처방해줬다는 겁니다.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모습. 출처 : 오마이뉴스


해당 부대에서는 당시 증상만으로 군 의무관이 백혈병을 진단하는 것은 능력을 벗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더군요.

사실 군에 다녀오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아파서 군 의무대에 가면 제대로된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군의관조차 만나기 어렵죠. 의무병이 주는 알약을 받아오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지금도 비슷하겠죠?

군의 능력 밖의 일이라면 장병이 고통을 호소할 때 민간병원 진료를 받게 조치를 해줬어야 했습니다. 두통약으로 낫지 않는다면 더 큰 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지난번에는 뇌수막염에 걸린 장병들이 치료시기를 놓쳐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군대에서는 아프다고 하는 것 자체가 눈치 보이는 일이고, 위에서도 그리 달가워하지 않고... 군대에서 아플 때가 제일 서럽죠.

신뢰할 수 없는 군 의료체계. 군인을 키워내고 보살펴야 할 군대에서 군인을 잡고 있는 셈입니다.
군당국이 9월까지 군 의료체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는데 제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해주기를 바랍니다. 아니, 군 의료 능력이 모자란다면 장병이 마음 편하게 민간병원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귀한 아들을 군대에 보낸 우리 부모님들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군 의료체계가 확립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박정호 기자 트위터 -> http://twitter.com/JUNGHOPARK 우리 트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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