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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적반하장 홍익대, 청소노동자에게 떡볶이값까지 내라고?

어제 낮 서울 마포구 홍익대 정문 앞.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홍대 청소노동자 60여명이 우비를 입고 모였습니다. 올 겨울 힘든 투쟁이 끝난 뒤 활짝 웃던 아주머니들의 얼굴에는 다시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홍익대가 아주머니들에게 억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홍익대는 지난달 25일 이숙희 홍익대 청소노조 분회장과 전국공공서비스노조간부들에게 이들의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서울서부지법에 제기했습니다. 배상 요구 금액은 모두 2억8134만원. 파업 당시 투입했던 대체인력에 대한 비용을 보전하라는 겁니다.

적반하장입니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초래한 건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홍익대였습니다. 홍익대가 노조 설립 등을 이유로 노동자들이 계약한 용역회사와 관계를 무작정 끊어버렸기 때문이죠. 파업 사태는 사용자인 홍익대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시민들의 응원과 관심으로 어렵게 정상화가 된 상황을 왜 이렇게 파국으로 몰고 가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7일 홍익대 앞에서 열린 홍익대의 손배소 취소를 요구하는 규탄대회. 출처 :오마이뉴스

홍익대는 노조 투쟁 기간 동안 투입했던 대체 인력에 대한 비용을 노조 측에 부담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아래와 같습니다. -임시 일용직 청소원 임금 8900만 원 -임시 일용직 경비원 임금 1억4800만 원 -비상근무용 담요 구입 130만 원 -순찰보조 근로학생 근로비 7600만 원 -학교시설보호 교직원 특별근무 수당 2억4000만 원 -비상근무 식대 1100만 원. 총 약 5억6000만 원입니다.

이 금액에서 노조원들의 정상 근무시 발생하는 비용 3억 8천여 만원을 뺀 1억8000만 원+ 학교의 명예 훼손 피해1억 원을 합해 모두 2억8134만 원을 청구한 겁니다.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하루 식대가 300원'이라고 공개된 게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네요.

대체인력 비상식대 부문에 포함된 영수증을 보니 재미있더군요. '참이슬 후레쉬 5병 5500원', '맥스 1.6리터 피쳐'  5400원', '떡볶이 2500원', '부산오뎅 2000원', '찹쌀순대 2500원', 맥심모카골드 13000원' 등을 구입한 비용까지 청구됐습니다. 근무용 담요, 담요 세탁비, 손난로 등도 포함됐습니다.

지지발언을 하는 배우 김여진씨. 출처 : 오마이뉴스

홍익대의 손배 소송에 대해 공공운수노조와 홍익대 청소노조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홍익대 규탄 결의대회를 연 겁니다. 노동자들은 "그런 돈 없다, 차라리 내 몸을 찢어 가져가라", "한 학기 동안 성실히 일한 대가가 이거냐"라며 분노했습니다. 한 아주머니는  "집단해고 상처도 아물지 않았다,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배우 김여진씨의 연대 발언도 있었는데요. 김 씨는 "홍익대가 하는 일이 부끄럽다"고 지적했습니다.

"만나는 외국친구들에게 우리 청소노동자 어머니들 이야기를 자랑처럼 했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시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지금 홍익대가 하는 일은 차마 어디 가서 말하지 못할 정도로 부끄럽습니다."

그러면서 홍익대의 손배소송이 나라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홍익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7일 홍익대 앞에서 열린 홍익대의 손배소 취소를 요구하는 규탄대회. 출처 :오마이뉴스

홍익대에게 부탁합니다. 대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곳이라면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야겠죠.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교육적으로 정당한지 생각해보기를 바랍니다. 힘없고 돈없는 약자에게 떡볶이값까지 청구하는 일이 과연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일일까요? 학생들에게 떳떳한 일일까요?

일하고 싶다는 노동자들을 내치고 대체 인력을 투입한 건 홍익대였습니다. 노동자들이 요구한 게 아니었습니다. 홍익대는 지금 당장 손배소를 취하하기를 바랍니다. 그게 홍익대를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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