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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땅속 레이더 조사만 하자고? 뻔뻔한 미군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대한 한미공동조사가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습니다. 문제는 미군. 고엽제 매립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의외로 순순히 공동조사에 참여했던 미군이 비효율적인 조사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보도를 보니 미군이 경북 왜관 지역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 기지 안에서 GPR, 즉 '지하투과 레이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 측 조사단이 요구하고 있는 토양 및 지하수 시료 채취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죠.

우리 측 조사단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미군이 레이더 투과를 고수하는 것은 또 다른 화학물질의 검출 가능성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료를 직접 채취해 분석하면 고엽제에서 나오는 다이옥식 이외의 벤젠, 페놀 등 독성 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는 거죠.

즉, 미군이 주장하는 대로 레이더 투과 방식을 쓰면 땅 속 고엽제가 들어 있는 드럼통의 위치만 알 수 있을 뿐인 반면, 시료 채취를 하면 토양의 오염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캠프캐럴 기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연 시민단체. 출처 : 오마이뉴스


뻔뻔합니다. 이번 조사가 단지 드럼통을 찾자고 하는 건가요? 아닙니다. 땅과 지하수가 얼마나 화학물질에 오염됐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땅 주인입니다. 미군에게 빌려준 땅이 얼마나 파괴됐는지 땅 주인이 알아보는 것은 당연합니다.

미군의 주장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만약 미군 측 주장대로 조사방식이 결정된다면 미군은 공동조사에 나서는 척하면서 조사를 방해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미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온 주한미군들의 증언을 보면 미군이 주둔한 곳은 거의 다 오염됐다고 봐야합니다.

전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씨가 주한 미군기지 캠프캐럴에 고엽제가 담긴 드럼통을 파묻었다고 폭로한 이후 70년대 말 우리나라에서 근무했던 한 미군은 '창고에 저장된 다이옥식 제초제 제거 명령을 받았다'고 주한미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밝혔습니다.

1960년대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던 사람은 당시 부대에 화학물질보관소가 있었고 땅을 중장비로 파내고 수백갤런이나 되는 화학물질을 매립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의 주한미군 화학물질 매립 규탄 퍼포먼스. 출처 : 오마이뉴스


또한 주한미군이이었던 한 남성은 비무장지대에 뿌리다 남은 고엽제를 근처 강과 도로에 버렸다고 증언했습니다. 특히 이 남성은 고엽제가 군화를 녹일 정도로 독한 물질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남성은 비무장지대 고엽제 살포를 하지도 않고 운반하기만 했는데도 지금까지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살포를 담당한 한국군은 더 큰 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 정부는 강경하게 나가야 합니다.어떻게 토양오염 조사하는데 레이더 투과하고 말 수 있습니까. 당연히 땅을 파보고, 지하수를 채취해서 정밀한 검사를 해야죠. 이건 상식입니다.

한미동맹도 중요하겠지만, 아닌 건 아닙니다. 미군의 비상식적인 요구나 비합리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럴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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