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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적반하장 김종훈, 사과도 반성도 없었다

지난 금요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공부 좀 하라"는 막말을 했던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김 본부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수많은 누리꾼들이 김 본부장을 비판했습니다. 아무리 억울한 상황이라고 해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야단을 치는 모습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겁니다.

저는 당시 김 본부장이 고함을 치는 현장에 있었습니다. 비록 강기갑 의원이 외통위 소위 위원이 아니라고 해도, 자신의 주장을 편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의원을 향해 "공부 좀 하라" "말씀 조심하라"고 버럭 소리를 지른 행위는 상식을 벗어난 행위였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강 의원의 반박을 피해 자리를 피하던 김 본부장은 웃음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본인만이 알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무원이 국회의원을 야단치는 이례적인 사건에 대해 김 본부장은 당연히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늘 인터넷에 뜬 기사를 보니 김 본부장은 사과를 하지 않았더군요.

한국경제신문 캡쳐화면(http://www.hankyung.com/)

김 본부장은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의원이라고 해서 공무원에게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지킬 것은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언론은 김 본부장이 "소위 위원도 아니면서 다른 의원이 참관인 자격으로 들어와 발언하며 의사진행을 막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고 지적했다는 말도 전했습니다.

적반하장입니다. 물론 소위 위원이 아닌 강 의원이 회의실 안에 들어와 있던 것은 지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날 소위가 파행이 된 것은 외통위의 한-EU FTA 비준동의안에서 농어업 등의 대책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야당 의원들이 농어업 대책과 SSM 관련 문제를 지적하며 소위 통과를 반대했죠. 충분히 논의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쳐야 하는데도 여당은 강행 처리를 하려고 했습니다.

15일 국회 외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한-EU FTA 비준동의안 통과로 SSM법에 대한 분쟁 발생 가능성에 문제를 제기하자,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강 의원님, 공부 좀 하고 말하시라"며 고함을 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야당을 설득하고 논의하는 과정 없이 여당의 힘만 바라본 외통위. 그리고 합의문을 번역한 한글본에서 207군데나 오역이 드러난 것에 대해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국회의원의 행태를 비판하고 꾸짖는 것이 정당한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렇게 오만하게 국회의원을 야단치는 모습이 꼭 국민들에게 야단치는 것 같습니다. 국민들을 향해 '너희들은 잘 모르면서 왜 그러냐, 공부 좀 더 하고 말해라'라고 말이죠. 국민들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공무원을 원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똑똑해도 국민을 섬기지 않는 공무원은 더 이상 공무원이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김 본부장은 자신의 막말에 대해 사과하고 오류 투성이 협정문에 책임지고 물러나십시오. 그게 국민들이 바라는 공무원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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