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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정혜신 박사가 학교 체벌을 반대하는 이유

지난주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폭력 트라우마와 체벌 없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했던 강연을 포스팅했었는데요. 논란이 되고 있는 체벌 관련 내용이라 역시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의견을 주신 분들 중 학교 체벌은 부분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학습권 보호를 위해 가벼운 체벌은 용인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고요.

사실 많은 부모님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을 겁니다. '사랑의 매'라는 말도 있듯이 체벌은 교육에 있어서 떼어내기 힘든 요소라는 공감대가 크기 때문이겠죠.

22일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가 마련한 학생인권 시민연속특강에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폭력 트라우마와 체벌 없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정 박사의 강연 질의, 응답시간에도 이런 부분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지난번에 포스팅하지 않았던 질의, 응답 내용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체벌이 필요한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체벌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요지의 정 박사의 강연이 끝나자 바로 한 어머니께서 이런 질문을 하시더군요.

"어디까지 사랑의 마음으로 접근하는 게 허용되나요? 기준치는요?"

정 박사의 답변은 기능적으로 따지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였습니다. 정 박사는 "1대가지 되나, 3대까지 되나 등의 기능적으로 생각하면 끝도 없다"면서 "개념적인 얘기로 말씀드리겠다. 아이들하고 눈을 마주치고 훈육하는데 인간은 기본적으로 훈육의 대상이 아닙니다."


22일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가 마련한 학생인권 시민연속특강에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폭력 트라우마와 체벌 없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제 아이가 셋인데 안 때렸는데 누구한테 얘기하면 잘 안 믿어요. 저는 잔소리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하고 어렸을 때부터 훈육의 대상이 아니라 아이들 말을 듣다보면 내가 별로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 걸 느낍니다. 인간의 기본적이 심성이나 상식적인 도리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게 더 건강합니다. 아이들 얘기를 듣다보면 별로 개입을 안 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훈육의 대상이 아니라는 정 박사의 말씀에 많은 분들이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매를 들고 가르치기 보다 대화하고 공감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어지는 질문에서도 교육적 폭력과 사랑의 매에 대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한 어머니는 체벌이 없는 게 아이들 교육에 안 좋을 수 있다며 "교육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정 박사의 강연을 경청하는 참석자들.


정 박사는 "아이들 교육의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보다 내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아는 게 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해습니다.

우리가 어디까지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정신의학에 대해서 이런 얘기합니다. 사람들이 오래 살기 위해서 내 안에 있는 아이성을 잘 보듬는 게 중요하고 아이들한테는 아이들 안에 어른성을 발견하는 경험입니다. 아이들하고 눈 맞추고 얘기하다 보면 아이 안에 굉장한 어른성이 있습니다. 부모도 느끼며 아이들에 대해서 안심하게 되고, 아이들도 더 성숙하고 잘 자랍니다."

그러면서 "아이를 훈육의 대상으로 보거나 또 다른 관점을 보면 내가 어른이면 아이보다 성숙하다는 생각이 우리 안에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22일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가 마련한 학생인권 시민연속특강에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폭력 트라우마와 체벌 없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아이들의 폭력성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는 하소연도 들렸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정 박사는 "기회가 되면 아이들에게 말을 걸어봐라. 개인적 욕구의 좌절이 줄어들면 폭력성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남편한테 '당신 이러면 당신 칠꺼야' 이렇게 말 안 하잖아요. 아이한테 하는 것은 아이가 힘이 약해서 그래요. 남에게 권력이 더 많은 사람한테 절대 그렇지 안 합니다. 아이들은 더 섬세하게 배려해야 하지. 자기 보호도 못하고 정신적으로 여물지 않았기 때문에 더 보호해야 합니다."

정 박사는 아이들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아이를 믿어주고 이해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거나 우리가 훈육을 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대화하고 이해해야 하는 존재라는 겁니다.

"같이 얘기하고 들어주고 그러다가 울면 같이 울어주고. 눌러져 있는 아이의 감정을 끄집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안에 있는 독소가 없어진다. 아이의 감정을 공유하고 '그랬구나' 알아줘야 합니다."

한 여성 분은 이런 질문도 하더군요. "학교에 일진회 등의 폭력적인 모임도 있는데 체벌이 없어지면 이런 애들 컨트롤이 안 된다며 체벌금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은데요?"

정 박사의 강연을 경청하는 참석자들.


정 박사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밝혀습니다.

"체벌은 우리가 허용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생각해야 합니다. 험한 세상, 우리가 살인은 부분적으로 허용해야 하지 않냐. 그래야 우리가 잘 살 수 있지 않냐,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살인이라는 것은 어떠 경우에도 용납이 안 됩니다. 못박아 놓고 그 다음에 얘기하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정 박사는 "사람들의 자유 의지, 인권은 절대 가치입니다. 이걸 가지고 딜은 하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그 다음부터 시작을 하고 머리를 써야죠."

여기까지가 정 박사의 강연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체벌은 필요악일까요? 아니면 사라져야할 악습일까요? 현장 분위기는 정말 뜨거웠습니다. 강연장을 가득 메운 학부모들은 정혜신 박사의 강연에 뜨거운 박수로 답례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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