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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위험천만' 광역 버스, 기사 탓만 할 수 없는 이유

어제 뉴스를 보니 아찔한 사고가 일어났더군요. 일산과 서울을 오가는 9701번 광역버스가 서울 은평구 갈현동 구산사거리에서 서오릉 방향으로 직진하던 중 구산역사거리 쪽으로 좌회전을 하던 7722번 시내버스와 충돌했습니다.

이 충돌 이후 급하게 방향을 틀어버린 9701번 버스가 반대편 차선을 달리던 오토바이와 승용차를 들이받고 인도까지 올라가 상가를 받은 뒤 겨우 멈춰섰습니다.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사람과 버스 승객 등 10여 명이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만약 상가에 사람들이 많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버스 두 대 중 한 대가 신호위반을 불러온 사고일 텐데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잘못을 한 버스를 가려야 합니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필요합니다. 이미 경찰은 어제부터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 버스를 대상으로 과속, 신호위반, 난폭운전 등을 집중 단속 중입니다. 단속도 필요하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운전 기사가 난폭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겠죠.

도로를 달리고 있는 광역 버스(자료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버스 충돌 사고는 지난 1월에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고양경찰서 앞 사거리에서 773번 버스,  9701번, 7727번 등 버스 3대가 연달아 충돌했었죠.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42명이나 다쳤습니다.

그 사고가 일어나고 얼마 뒤 출퇴근할 때 종종 이용하는 광역 버스를 타게 됐습니다. 버스 기사 아저씨 바로 뒷자리에 앉았는데요. 이상하게도 이날 버스가 속력을 더 내는 것 같더라고요. 수색 버스 전용차로에 들어서자 버스가 속력도 더 내고 신호도 잘 지키지 않았습니다. 넓지 않은 버스 전용차로를 쌩쌩 달리는 게 불안하게 느껴졌는데 저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었습니다. 버스 기사석 대각선에 앉은 아주머니가 한마디 하더군요.

"아저씨 급한 일 있으세요? 너무 빨리 가시네~"
"아... 빨리 가서 좀 쉬려고요."
"오늘 또 운전하셔야 되요?"
"그럼요, 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나와야죠."

한숨섞인 기사 아저씨의 대답을 들은 아주머니는 말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버스 기사 아저씨들이 너무 고생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차마 뭐라고 할 수 없었던 것이겠죠.

오늘 사고 기사를 보니까 한 달 전 아저씨의 대답이 떠오릅니다. 기사 아저씨가 자세히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타이트한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과속도 하게 되고, 신호도 위반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 버스(자료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어떤 일이든지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특히 많은 승객들이 타고 있는 버스를 책임져야 하는 버스 운전 기사의 책임은 더욱 더 막중합니다. 기사의 운전에 수많은 생명이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기사의 안전 운행이 곧 승객의 안전입니다. 그럼 기사의 안전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내에서 교통사고로 424명이 사망했다고합니다. 전년대비 14.3%(71명)가 감소한 수치인데요. 하지만, 광역 버스에 의한 사망자는 8명으로 전년대비 33.3%(2명) 증가했습니다.

아와 같이 광역 버스에 의한 사망자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와 서울을 이어주는 광역 버스 노선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꼭 필요한 결정이겠지만, 승객과 노선의 증가와 함께 사고도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사건 기사를 보니 버스 기사분을 탓하는 댓글이 많던데요. 저는 지난번 사고도, 이번 사고도 기사 아저씨만 탓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버스 회사나 정부의 관리 소홀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월 서울 을지로2가에서 발생한 광역 버스 관련 사고 모습. 출처 : YTN 캡쳐

버스 회사가 기사들의 과도한 업무를 덜어주고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경기도에서 서울을 오가는 광역 버스는 노선 자체가 길어 노동 강도가 더 세겠죠. 자발적인 버스 회사의 조치가 어렵다면 정부가 나서는 것도 한가지 방법입니다. 합리적인 배차 간격과 휴식 시간 등을 규정으로 정해서 기사들이 신호위반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그런 규정이 있다면 잘 지켜질 수 있게 철저한 관리, 감독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문제점이 드러난 버스 전용차선에 대한 보강도 병행돼야 합니다.

저도 운전을 할 때 약속이든 취재든 쫓기는 느낌이 들면 운전이 거칠어지더라고요. 버스 기사분들의 각종 교통법규 준수 노력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회사와 정부의 뒷받침도 필요합니다. 승객들도 규정 속도를 지키는 버스의 배차시간이 길어져도 이해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다시는 아찔한 버스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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