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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끊이지 않는 구타-가혹행위, 전의경제 폐지하자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제 대학 동기는 서울 한 경찰서에 배속된 의경이었습니다. 강원도에서 군생활을 시작했던 저를 포함한 다른 동기들은 그 친구를 많이 부러워했습니다. 아무래도 산골짜기보다 서울시내에서 근무하는 것이 훨씬 나았으니까요.

하지만 나중에 들어보니 꼭 부러워 할 만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근무지가 서울시내라서 좋은 것은 있었지만, 내무생활은 무척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무시무시한 내무실 분위기는 기본이었고 선임들의 폭언과 가혹행위, 그리고 반복되는 구타는 참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요즘 들리는 전의경 가혹행위 문제를 들어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주 경찰청이 전국의 신임 전의경 4,581명을 대상으로 구타, 가혹행위 피해 신고를 받은 결과 전체 전의경의 7.9%인 365명이 피해 사례를 털어놨다고 합니다. 피해 유형을 살펴보니 구타가 138명, 괴롭힘이 143명, 언어폭력이나 성희롱 등 기타 사례가 84명이었습니다.

집회 현장에 나온 의경들(자료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지역별로는 서울이 116명으로 피해 전의경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 뒤로 경기 43명, 전남 42명, 경남 33명, 강원 30명, 제주 28명, 인천 14명, 대전·충남·경북 각 9명, 부산 8명, 광주 7명, 전북·충북·대구 각 5명, 울산 2명 등이었죠.

이번 조사를 통해 구타와 가혹행위가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악습이라는 것이 명백해졌습니다. 또한 특수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일상화된 것이라는 것도 분명해졌습니다.

군기를 잡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요? 구체적인 사례를 군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구타하고, 코를 곤다고 뺨을 때리고, 내무실에서 부동자세로 있게 하고, 또한 비인간적인 여러 가지 금지 사항을 만들었습니다. 군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을 잡는 셈이죠.

문제는 이런 구타나 가혹행위의 근절이 어렵다는 겁니다. 제 친구가 근무했던 10년 전에도 구타, 가혹행위 근절대책이 나왔다고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는군요. 이번에 발생한 강원경찰청 307전경대 가혹행위는 경찰의 전의경 가혹행위 근절대책이 발표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불거졌죠.

경찰은 이번에도 CCTV 설치 등의 방안으로 악습의 고리를 끊겠다고 밝혔지만, 은밀히 이루어지는 가혹행위가 사라질 지는 미지수입니다. 사태가 발생한 뒤에야 대책을 내놓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 같습니다.

근무를 서고 있는 의경들.(자료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21세기에도 끊이지 않는 전의경 가혹행위를 사라지게 하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어 보입니다. 바로 전의경제 폐지입니다. 참여정부 당시 2012년까지 전의경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지금은 보류된 상태인데요. 이제라도 폐지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 실행해야 합니다.

원래 전·의경 제도 자체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한시적인 제도였습니다. 직업경찰관보다 인건비가 아무리 싸다고 해도 우리 젊은이들이 전의경제도 안에서 고통받는 상황을 모른 체 할 수는 없습니다.

피해 전의경 부모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요. 또한 가해 전의경 부모들의 마음도 아프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악습은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비인간적인 전의경제도를 폐지해서 인권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 그게 바로 인권 보장이고 복지입니다. 정부가 전의경제도 폐지로 젊은이들의 인권을 지키고 국민들의 걱정을 해결하기를 바랍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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