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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억울해도 안 간다? 외면당하는 인권위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를 향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가권력의 인권침해를 감시해야 할 인권위가 미네르바 사건이나 PD수첩 사건, 양천경찰서 사건 등에 대해서 눈을 감아 버렸고, 대표적인 권력의 인권 침해 사건인 민간인 불법사찰에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전원위원회 체제에 대한 비판도 있었습니다. 상임위가 있는 상황에서도 인권위가 제 역할을 못했는데 전원위원회 체제로 가게 된다면 인권위는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 입니다. 권력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항에는 눈감고 입맛에 맛는 사안만 판단할 게 뻔하다는 거죠. 지난해 3월 인권위의 정원은 21%나 줄었습니다. 인원이 없어서 제대로 인권침해 조사도 못하는 상황에서 현 위원장이 운영 방식까지 바꾸는 것은 인권위를 고사시키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시민단체들과 장애인단체가 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인권위 점거농성까지 벌였습니다. 야5당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국회 본청 앞에서 '국가인권위 바로 세우기 촉구 정당ㆍ인권시민단체 공동 결의대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11월 9일 오전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의 호된 질책을 받은 뒤 관계자와 귓속말을 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야5당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11월 9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국가인권위 바로 세우기 촉구 정당ㆍ인권시민단체 공동 결의대회'를 갖고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런 시민단체와 야당의 지적에도 현 위원장은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난 11월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현재 인권위는 (설립 이후) 가장 잘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 위원장은 '취임이후 인권위 진정사건이 40% 늘어났고 국제 사회에서도 한국 인권 평가도 높다, 저를 둘러싼 비판에 대해서 떳떳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과연 인권위가 잘 운영되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국민들의 인권위 진정 건수와 상담 건수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나온 인권위 진정-상담 건수를 보니 전보다 비교해 볼 때 많이 줄었더군요. 급감했습니다. 지난해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상담 처리현황은 월별 진정 건수는 6월의 1279건을 최고점으로 감소했습니다. 7월 진정 건수는 893건, 9월 730건, 10월 614건, 11월 571건, 12월 588건이었습니다. 12월 588건은 전녀 동기보다 180여 건이나 감소한 수치라고 합니다. 상담의뢰 건수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지난해 7월 2152건을 정점으로 감소해 11월에는 1770건, 12월에는 1762건으로 감소했습니다.

시민단체나 야당은 물론 국민들도 인권위를 외면하고 있는 겁니다. 인권위는 인권침해나 인권차별을 받은 국민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곳입니다. 인권위는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관련 사안이나 정부부처에 의견을 전달하는 곳이고요.

지난 11월 4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시민인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인권위 7층 인권상담센터를 점거한 채 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인권위는 지난 2001년 출범한 이후 우리 사회의 인권신장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인권위를 찾아가는 국민들이 줄고 있다는 것은 곧 인권위가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국민들의 신뢰 없는 인권위는 존재 가치가 없는 것이겠죠.

현 위원장이 인원위 수장이 된 이후 대표적인 인권 침해 사안인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박원순 변호사의 국가 상대 소송, '용산참사' 문제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은 인권위, 상임, 비상임위원들이 줄사퇴하는 인권위의 모습에 국민들은 실망한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지난 24일 인권위는 전원위를 열어 상임위원의 겸직을 사실상 허용하기로 했죠. 공정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한 조항을 허물어 버린 겁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조에는 '이 법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여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현 위원장은 자화자찬 대신 이 조항을 다시 한번 되새겨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지금의 인권위를 원하지 않습니다. 현 위원장은 인권침해 사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독단적인 운영을 그만 둠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인권위로 되돌려 놓기를 바랍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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