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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통큰 치킨' 롯데, 이번엔 중소상인 '통큰 내쫓기'?

'통큰 치킨' '통큰 노트북' '통큰 갈비' '통큰 주유소'.

언제부터인가 롯데는 '통큰 시리즈'를 빼고는 생각할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롯데는 통 크게 가격을 낮춰 주목을 받았습니다. 줄을 서서 치킨, 갈비, 노트북을 사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죠.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컸습니다. 통큰 치킨은 주변 치킨집의 상권을 다 뺏는다는 비난에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져 버렸고, 통큰 갈비는 구제역과 맞물려 한우 협회 등의 거센 항의를 받았습니다.

우리는 '통큰 시리즈'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구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대기업이 뿌리는 미끼 상품은 저렴해서 좋지만, 그 미끼 상품이 어떻게 중소상인들의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지 똑똑히 확인했습니다. 특히 '통큰 치킨' 논란이 치킨 가격 논쟁으로까지 번지면서 관련 산업은 큰 타격을 입었죠.

'5천 원 치킨' 판매가 시작된 지난 12월 9일 오전 11시 롯데마트 영등포점에 예약 번호표를 받아든 고객 50여 명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그러나 롯데는 '통큰 시리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더군요. 이번에는 '통큰 내쫓기'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잠실월드쇼핑몰이라고 아시죠? 서울 잠심에 있는 롯데백화점과 롯데월드 사이에 수백여 개의 점포가 있습니다. 롯데는 이들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들과 임대차계약을 1년 정도마다 해왔습니다.

그런데 롯데는 이번에 이 지역 전체를 '롯데타운'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에 따라 2009년 10월 노후 상가를 개보수해 직영매장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임차상인들에게 재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이후 이전한 점포는 120여 곳. 롯데는 지난해 8월 계약이 만료된 60여 곳의 상인들을 상대로 가게를 비우라는 소송까지 냈습니다.

이와 같은 롯데의 행동에 대해 상인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경제위기나 주변 아파트 재건축으로 임대료조차 내기 힘들 때는 영업을 계속해달라고 호소하더니, 이제 (롯데타운 조성과 주변 아파트 입주 등으로) 상권이 활성화되니 나가라고 하는 것은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롯데 쪽은 상가 개보수 뒤에도 계속 영업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7일 오전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할인판매중인 미국산쇠고기 하루 판매량 400kg이 모두 판매되어 텅빈 판매대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롯데마트는 이번 할인행사를 위해 미국산 LA갈비 250톤을 준비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임대상인들에 대한 계약해지를 하는 롯데의 행동은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지는 모르지만,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비난을 피할 수 없습니다.

상인들은 다른 곳에서 지금같은 규모의 장사를 하려면 권리금만 3억 원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2롯데월드 사업으로 인해 큰 경제적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롯데가 경제위기 속에서도 상가를 지켰던 상인들을 이렇다할 보상도 없이 내쫓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삶의 터전을 뺏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자료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하지만 롯데는 '새로 개보수하는 공간은 백화점 확장 등으로 용도가 바뀌기 때문에 기존 상인들에게 임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해법은 간단합니다. 롯데는 일방적인 중소상인들 내쫓기를 그만두고 대화와 타협으로 이 문제를 풀어내야 합니다. '통큰 치킨' '통큰 갈비'는 잘 하면서 '통큰 타협', '통큰 대화'는 왜 안 할까요.

롯데는 지금이라도 일방적인 중소상인들과의 계약해지 대신 상생의 길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정부도 강조하고 있는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은 말로만 실현되는 게 아닙니다. 롯데의 '통큰 시리즈'가 이번에는 '통큰 상생'이 되기를 바랍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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