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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무상급식이 매표행위라니, 도 넘은 오세훈 시장

어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 5.6급 직원과의 정책토론회에서 또 다시 무상급식을 맹비난했습니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과 관련해서 "옛날에 돈봉투 돌리던 선거 시절이 있었고, 미련하게 현금 주다 걸려 잡혀가곤 했다"면서 "이제는 그럴 필요 없이 다달이 10만원씩 주겠다고 공약한다"고 밝혔습니다. 무상급식 주장을 돈으로 표를 사는 '매표행위'에 비유한 겁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모든 국민을 동일한 인격체로 대접한다? 표 앞에 장사 없다, 일본 정책 같은 게 다음 총선, 대선에서 나온다, 정신 바싹 차려야 한다, 깨어있는 국민만이 선진국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간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나라들이 많다. 그래서 국민의 선택이 무서운 거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긴장해서 어느 정당과 정치세력이 어떤 정책으로 표를 얻으려고 하는가를 눈을 부릅뜨고 봐야 한다."

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5,6급 서울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시정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 서울시 언론과

오 시장의 말을 듣고 섬뜩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별 없는 밥을 먹이자는 주장을 '매표행위'로 매도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게 되더군요. 무상급식을 표로 연결시키는 오 시장의 모습은 자신의 대권을 의식한 발언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오 시장은 "(무상급식 갈등으로)전통 보수층이 결집됐을 뿐 합리적인 보수, 저를 좋아했던 분들은 저를 떠나가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면서 "대한민국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옳다고 믿는 길을 가면서 오해와 편견과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수층의 결집을 요구하며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것은 대권을 염두에 둔 발언 같았습니다.

여러 번 강조했지만, 무상급식은 시민들의 바람입니다. 그 정도는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고 실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시성, 홍보성 예산을 줄여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반영하면 될 일입니다.

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5,6급 서울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시정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 서울시 언론과


아이들에게도 학부모에게도 도움이 될 일을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깎아 내리고 그것도 모자라 옛날 돈봉투를 돌리던 선거 행태와 비교하다니. 오 시장의 무상급식 비난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습니다. 무상급식 뿐만 아니라 무상급식을 바라는 시민들까지 깎아 내리는 발언이기 때문입니다.

3억8천만 원을 들여 무상급식 반대 광고를 낼 여유가 있다면 무상급식에 지원할 예산도 있는 것 아닐까요. 시의회 출석을 거부할 용기가 있다면 무상급식 해보자고 할 용기도 있는 게 아닐까요. 비난 받을 사람은 6.2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무시하고 있는 오 시장입니다.

어제 친환경 무상급식 풀뿌리국민연대와 진보 정당은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의회의 무상급식 조례 통과에 반발해 시의회 출석을 거부와 거액의 세금으로 무상급식 반대 광고를 낸 오 시장에 대해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2월 23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본부 상임대표가 서울시의 무상급식 반대 광고 게재에 항의하며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오 시장은 서울시의 미래를 위해 서해뱃길 등 사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업이 미래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친환경 무상급식도 서울이 미래를 위해 중요합니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통해 아이들이 신체가 건강해지고 차별 없는 밥을 통해 아이들의 정신이 건강해진다면 서울의 미래는 밝아 질 겁니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을 향한 비난을 중단하고 서울의 미래를 위해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해야 합니다. 그게 6.2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서울시민의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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