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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무상급식이 빨갱이? 씁쓸했던 어버이연합 시의회 난입

"뭐야! 왜 막아? 비켜!"

어제 오후 조용하던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습니다. 소리가 나는 입구 쪽을 보니 할아버지 50여 명이 갑자기 방청석 안으로 줄지어 들어오더군요. 다짜고짜 욕설을 하는 할아버지들 때문에 순식간에 방청석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한 할아버지에게 어디서 오셨냐고 물어보니 어버이연합에서 왔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무상급식에 돈 쓰는 거 막으러 왔다고 했습니다. 그제서야 어버이연합의 방청석 난입 의도를 알아차렸습니다. 할아버지들은 어제 서울시의회의 무상급식예산 증액 등 2011년도 서울시 예산안 처리가 예정됐던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소란을 피울 작정이었던 겁니다.

소동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방청 신청서 작성을 요구하던 시의회 직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방청석으로 밀고 들어온 회원들은 '빨갱이' 등의 원색적인 막말을 쏟아내며 무상급식 실시 반대를 외쳤습니다.

"무상급식 빨갱이야~ 나와~!"
"누가 밥 굶는다고 그래? 무상급식 하지마!"
"무상급식 하면 가만히 안 있어! 경고한다!"

서울시의회가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을 재의결할 예정인 가운데,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며 시의회 관계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일부 회원들은 무상급식 실시를 막겠다며 의장실 진입을 시도해 직원들과 실랑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도 세금을 냈는데 왜 못 들어가게 하는거야?"

또한 미처 시의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회원 40여 명은 질서 유지를 위해 입구를 막아선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시의회 곳곳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직원들과, 경찰들과 대치하며 무상급식을 막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과연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할아버지들이 방청석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었죠.   

서울시의회가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을 재의결할 예정인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의회 앞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본회의 방청을 요구하며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천만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예결위 계수 조정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본회의가 지연되는 가운데 이들은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2시간이 넘게 고성을 지르고 막말을 쏟아낸 뒤 자진 해산했습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을 다행이 방청석에서 나갔지만, 할아버지들이 외쳤던 말은 계속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무상급식이 빨갱이라니... 씁쓸했습니다. 무상급식은 헌법에 규정된 의무교육의 일환일 뿐인데 그걸 색깔론으로 보는 게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연세가 있는 할아버지들이 무료 지하철 이용을 할 수 있는 게 당연한 것처럼 아이들에게 차별 없는 밥을 먹이는 것도 당연한 거죠. 또한 이런 생각이 일부 시민들의 뜻도 아닙니다. 6.2 지방선거를 통해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서울시의회가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을 재의결할 예정인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의회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의장실 진입을 시도하자 시의회 관계자들이 저지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물론 자신의 주장을 표출하고 알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의가 예정된 장소에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와 막말과 욕설을 퍼붓는 것은 비상식적입니다.

어제 할아버지들의 난입을 보면서 무상급식 문제 뿐만 아니라 다른 이슈에 대해서도 방청석에 들어와 소란을 피울까봐 걱정되더군요. 시민들의 대표가 회의를 하는 장소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양을쫓는모험(박정호) 트위터 주소 -> http://twitter.com/jungh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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