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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밥 굶는 아이 없다니, 오세훈 시장의 착각

전면 무상급식조례를 거부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어제 목동지역 학부모들을 만났습니다. 교육현장의 요구를 듣기 위한 '시장과의 대화'를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오 시장은 학모들의 이야기를 듣기 보다는 자신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이유와 그 정당성에 대해서 밝히는데 대부분을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무상급식이 과잉복지이고 세금을 늘리는 정책이라는 겁니다. 밥은 필요한 아이들에게만 주면 된다는 선택적 복지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저는 이 정도 무상급식을 일종의 과잉복지라고 생각합니다. 무상급식과 같은 이런 과잉복지를 계속해서 해나가려면 여러분들이 내셔야되는 세금이 늘어난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뒤에 감추고 하지 않습니다. 들어보셨어요? 말하자면 혹세무민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학교 현장에 밥 굶는 아이들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 학교현장에 밥 굶는 애 없습니다. (무상급식은) 부모님들이 부담하던 것을 간접적으로 여러분이 낸 세금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주자는 것밖에 안 돼요. 결식아동 이제 없습니다, 학교현장에. 없어요. 결식아동 한 명도 없습니다. 방학때건, 휴일때건 없습니다."

또한 오 시장은 어제 오후에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35개 학부모, 시민단체와 ‘포퓰리즘 전면 무상급식 반대 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공동선언을 통해 전면 무상급식 철회와 무상급식의 단계적, 점진적 실시 등을 촉구 했죠.

20일 양천구 목동 행복플러스가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양천지역 학부모 대표 200여명과 '학부모와의 대화'를 하고 있다. 출처 : 서울시 언론과


저는 굶는 아이들이 없다는 오 시장의 말을 듣고 깜작 놀랐습니다. 학교현장에 밥 굶는 아이들이 없다고요? 어떤 통계를 보고 이런 발언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아동관련 연구소에서는 결식아동이 결코 줄어들고 있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향란 한국아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지난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작년 복지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총 아동인구 1천만 중에 이런 욕구가 있는 아동이 110만 정도다"라며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급식을 할 수 있는 여러 기관들에서 10만 정도만이, 학교까지 포함에서 20만 정도가 매일 급식을 받고 있는 아동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소장은 "여전히 70만에서 90만 정도의 아동이 지속적인 급식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 결코 (결식아동이) 줄어들고 있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어제 서울시는 무상급식조례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습니다. 시의회는 재의결을 할 방침이라서 서울광장조례 당시처럼 무상급식 문제는 법정공방으로 번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700억 원만 투자하면 서울시내 초등학생들이 차별 없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일이 소송까지 가게 생겼네요.

20일 한국교총 다산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공교육살리기 학부모 연합 등 보수성향의 35개 학부모·시민단체와 함께 '포퓰리즘 전면무상급식 반대' 공동선언식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 서울시 언론과

오 시장은 "결식아동 없다" "밥 굶는 아이들 없다"는 말만 반복할 게 아니라 주위를 둘러봐야 합니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던 김문수 경기지사가 왜 입장을 바꾸었을까, 왜 자신을 향해 이토록 비난이 쏟아질까.' 한번 살펴봐야 합니다.

6.2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도 그렇고 현재 민심도 무상급식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면 무상급식에 찬성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인천, 광주, 경기, 충남, 전북, 충북 등에서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실시됩니다. 오 시장의 말대로 이게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면 다른 지자체가 포퓰리즘에 빠졌다는 말이 되겠죠. 하지만 누구도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포퓰리즘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일 뿐입니다.

현재 서울시 내년 예산안은 법정 시한을 넘긴 채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착각은 자유라고는 하지만, 오 시장의 착각 때문에 고통받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하루 빨리 오 시장이 굶는 아이 없다는 착각에서 깨어나 시민의 뜻이 반영된 무상급식조례를 받아들이고 시의회와의 협의에 복귀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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