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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직접 본 최철원 경찰 출두, 피해자에 대한 사과 없었다

이른바 '맷값 폭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최철원 M&M 전 대표가 어제 오후 경찰에 출두했습니다. 출두 1시간 전에 서울경찰청으로 갔는데도 취재진이 많이 있더군요. 얼마나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사안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동생으로 SK그룹 재벌 2세인 최 전 대표는 부당 해고에 항의해 재계약을 요구해온 탱크로리 기사 50대 유씨를 알루미늄 아구방망이와 주먹 등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에 따르면 최 전 대표는 지난 10월 탱크로리 차량을 인수하겠다며 유씨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엎드리게 한 뒤 야구방망이로 "1대에 100만원"이라며 유씨를 10여 차례 폭행했습니다. 또한 최 전 대표는 야구방망이 폭행 이후에도 유씨 입에 두루마리휴지를 넣은 뒤 주먹으로 유씨의 뺨을 때리는 등 직접 손발로 폭행하기도 했습니다.

'야구방망이 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최철원 전 M&M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유씨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최 전 대표는 폭행 이후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맷값'으로 천만원짜리 수표 2장을 던지고 그대로 사무실을 나갔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공간은 최 전 대표가 '돈으로 인간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며 최 전 대표의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뜨거워졌고, 폭행 피해자 유씨가 형사고소장을 접수한지 이틀 만에 최 전 대표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회색 정장에 하늘색 넥타이를 한 최 전 대표는 조사실로 올라가기 전 서울경찰청사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회적으로 시끄럽게 돼서 죄송하다는 심경을 밝혔습니다.

"(2천만원 주셨으면 때려도 된다고 생각하셨어요?) 아니, 그거 보다도요. 저 때문에 좋지 않은 일이 벌어져서 사회적으로 시끄럽게 돼서 굉장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올라가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자세하게 얘기하겠습니다." 

출처 : MBC '시사매거진 2580' 캡쳐화면


저는 '2천만원 주셨으면 때려도 된다고 생각했냐?'는 질문에 최소한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언급을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 전 대표는 자신이 폭행한 유씨에 대해서는 끝내 사과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올라갔습니다.

'사회적으로 시끄럽게 돼서 죄송하다'고는 했지만, 그것은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이나 사죄가 아닌 '이런 일이 괜히 보도돼서 시끄럽게 됐다'는 식의 푸념처럼 들렸습니다.

당연히 고통받은 피해자에 대한 언급을 해야 마땅할 시점에 '사회적으로'라는 말을 운운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위선적이라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어제 제가 '최철원 씨가 야구 방망이 없이 경찰에 출두했다'는 트윗을 날리기도 했습니다만, 야구방망이도  없었지만, 일말의 죄책감이나 양심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피멍이 든 폭행 피해자 유씨의 엉덩이와 허벅지. 촬영 : 폭행피해자 유씨

50대 노동자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소환된 재벌 2세 최 전 대표는 사회적으로 죄송하다는 말은 했지만, 정작 엉덩이와 허벅지에 피멍이 든 폭행 피해자에게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뻔뻔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씁쓸했습니다. '맷값'만 주면 사람을 폭행해도 된다는 재벌 2세의 잘못된 인식과 제대로 된 반성, 사과가 없는 태도... 이제 시작입니다. 수사기관이 사실 관계를 명명백백히 밝혀 법대로 처벌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공정한 사회'를 제대로 보여줄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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