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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G20으로 선진화? 인권위원장 교체가 먼저다

어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을 맡고 있던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사퇴했습니다. 조 교수는 "전 세계의 부러움을 받던 인권위는 이제 국내 인권단체, 전직 인권위원, 국회로부터 조롱 받고 외면 받는 상황에 처했다"면서 "어느 국가권력과도 맞서는 인권위원장의 당당한 모습은 사라지고, 국가권력의 눈치를 보는 인권위원장의 초라한 모습만 남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인권위원장의 임명권자는 이명박 대통령인 바, 현재의 인권위 사태는 궁극적으로 이 대통령의 책임입니다. 이 대통령이 인권위 자체를 형해화 또는 무력화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면, 인권위의 미래를 위하여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의 줄사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다른 위원들도 사퇴를 고려 중입니다. 이 정도되면 국가인권위원회 기능 자체가 정지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현병철 위원장만 남아 있고 주변 인사들이 하나, 둘씩 짐을 싸서 떠나고 있는 형국입니다. 지난 9년 동안 세계적으로 칭찬받던 대한민국 인권위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독단적인 인권위 운영에 반발해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이 임기 중 사퇴하는 등 국가인권위원회가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현병철 위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원래 현 위원장이 인권위원장 자리에 임명될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컸습닌다. 인권 문제에 별 다른 관심과 이해가 없던 현 위원장이 인권위를 이끄는 것 자체가 파국의 씨앗이었습니다. 인권은 보수와 진보라는 스펙트럼을 떠나 우리가 추구해야 할 기본권리인데 어찌된 일인지 현 위원장의 취임 이후 인권위는 권력의 인권 침해를 감시하는 일에 소홀해졌습니다.

인권위가 인권 침해 사례인 미네르바 사건이나 PD수첩 사건, 양천경찰서 사건 등에 대해서 눈을 감아 버렸고, 대표적인 권력의 인권 침해 사건인 민간인 불법사찰에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죠.

4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시민인권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현 위원장의 독단적인 인권위 운영에 항의하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지난 2006년 31위였던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가 지난해 69위까지 내려간 것을 보더라도 우리나라 인권 현실은 우리나라 경제 규모나 위상에 한참 못 미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 위원장은 그저께 국회에 나와 "떳떳하다" "인권위는 가장 잘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 위원장의 독단적인 운영에 항의한 상임위원들의 사퇴와 인권 후퇴를 지적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정작 현 위원장에게는 들리지 않나 봅니다.

오늘부터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립니다. 우리나라는 이 회의 준비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여러 가지 잡음이 들리기도 했지만,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G20 정상회의가 잘 치러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시민인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인권위원장 사무실 앞에서 현 위원장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하지만 정부의 주장처럼 G20 정상회의가 잘 끝난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설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선진국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인권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권위의 독단적인 운영과 인권위의 게으른 인권 침해 감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눈에 거슬리더라도 인권위가 인권을 감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겠죠. 인권은 정파적, 이념적 접근이 아닌 인간 모두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로 접근하면 어렵지 않습니다. G20 정상회의 의장국에 맞는 인권위 정상화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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