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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국민성금으로 만원짜리 소주 마신 '적십자', 제 정신인가

올해 1월부터 지상파 TV 채널 우측 하단에는 '아이티 성금 모금'이라는 배너가 달려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중에도 숫자는 계속 올라갔었죠. 국민들이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를 돕기 위해 쉬지 않고 성금 모금 전화를 걸었기 때문입니다.

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아이티 주민들을 위해 우리는 십시일반으로 돈을 냈습니다.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계좌를 통해서, 모금함을 통해서 성금을 모았습니다.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였겠죠. 그렇게 대한적십자사가 모은 성금이 97억원. 아이티 재건에 큰 도움이 될 만한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국민들의 사랑이 담긴 성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명순 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니까 66억원이라는 큰 돈이 1년만기 정기예금에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제때 제대로 아이티에 전달됐어야 할 돈인데 이렇게 잠을 자고 있다니. 국제적십자사를 통한 지원은 6억 7천 5백만원 뿐이었습니다.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건네진 돈은 없는 가운데 의료단의 항공료, 식비, 호텔 등에 5억원을 썼다고 합니다. 강 의원은 '구호팀은 아이티에 가기 전 있었던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고급호텔을 이용했고 한 한식당에서 1만원짜리 소주 6병도 마셨다'고 밝혔습니다.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강진으로 붕괴된 건물의 모습. 출처 : 월드비전

기가 찰 노릇입니다. 아이티를 돕기 위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성금을 낸 국민들을 우롱하는 일입니다. 당연히 바로 아이티 주민들에게 전달돼 잘 쓰였을 것으로 생각했던 성금의 절반 이상이 예금 계좌에서 잠자고 있고, 구호팀의 체류비용으로 많은 돈이 쓰였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또한 적십자사는 아이티 관련 홍보 업무를 진행에도 성금을 사용했습니다. 현수막과 활동복 제작 등에 3천만원이나 쓰였다고 합니다. 적십자사가 확보한 홍보 예산이 있을 텐데 아이티 홍보 활동에 굳이 국민들이 낸 성금을 썼어야 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중, 장기 재건 복구사업에 남은 돈을 쓰겠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가 국민들의 비난이 우려되자 뒤늦은 수습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홈페이지에 해명 글을 올린 대한적십자사(http://www.redcross.or.kr/notice/R130101L.jsp)

저는 지금까지 성금을 내면 피해지역에 실질적인 지원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아이티 성금 논란을 보면서 우리가 낸 성금이 생각대로 쓰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네요.

구호팀을 위한 숙박비 등 체류비용도 성금에서 써야겠지만, 주민들에게 성금이 전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성금으로 고급호텔을 이용하고 1만원짜리 소주를 마시는 일은 국민들의 비판을 받을 만합니다. 성금의 1차적인 목적은 피해지역과 주민들을 돕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국민적인 성금을 모을 일이 있겠죠. 이번 기회에 성금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용되는지를 감시하는 기구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티 성금처럼 성금이 쓰인다면 즐겁게 돈을 낼 국민들은 찾아보기 어려울 겁니다.

적십자사는 아이티 성금의 사용 내역을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성금을 잘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금을 어떻게 쓰느냐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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