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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답답한 '오세훈 시정', '디자인 서울'은 하면서 무상급식은 예산 탓?

어제는 참으로 뜻 깊은 날이었습니다. 서울시의회가 친환경무상급식 조례안을 발의했기 때문입니다.

시의회는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운동본부'가 청원한 조례안을 민주당 의원 79명 전원과 교육위원 7명 등 모두 86명의 서명으로 발의했습니다. 전면 무상급식을 요구해온 시민들의 뜻이 조례안으로 발의된 겁니다. 시민단체 등이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오랜 기간 동안 힘써온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법적인 뒷받침이 시작된 것이죠.

이 조례안에는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 대상을 유치원과 초, 중, 고등학교, 보육시설로 정하고 의무교육기관인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각각 내년과 2012년 안에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

아울러 매년 7월 말까지 학교급식지원계획을 세우고 그 경비를 다음해 예산에 우선적으로 반영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이 조례안에는 친환경무상급식지원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이 위원회에서 급식경비와 지원대상, 지원방법, 규모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급식지원센터의 설치, 운영에 대한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시의회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발의한 무상급식 조례안은 오늘부터 시작된 임시회 회기 안에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10월 4일 서울 성북구 숭인초등학교에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친환경 무상급식 시범실시' 배식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홍현진

하지만 서울시가 여전히 예산 문제를 거론하며 단계적이고 제한적인 무상급식 실시를 주장하고 있어 시의회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시와 시의회, 시교육청, 자치구가 참여하는 '교육행정협의회'는 무상급식에 대해서 의견을 모으고 있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서울시의 난색 표명으로 전면적인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실시되느냐, 아니면 단계적으로 도입되느냐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협의회에서 합의를 하면 발의된 조례안에 그 내용을 포함시킨다고 했지만, 합의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 경우 시의회는 일단 발의된 조례안을 회기 안에 통과시키고 예산 편성 등은 다시 논의한다고 합니다.

답답한 노릇입니다. 서울광장 문제처럼 전면 무상급식도 서울시가 발목을 잡고 있네요. '오세훈 시정'이 국민들이 염원하고 있는 사안마다 '딴지'를 걸고 있습니다. 중요한 사안마다 서울시가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서울시의회를 여소야대로 만들어준 유권자의 뜻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배옥병 서울 친환경무상급식 추진운동본부 상임대표가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 제정'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2011년 무상급식 실시'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홍현진


사실 이번 지방선거는 강남 3구를 제외한 시민들은 오세훈 시장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오 시장은 한명숙 후보에게 가까스로 이겼습니다. 그 의미는 오 시장의 지난 행정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컸다는 거죠. 닫힌 광장은 열고,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자는 게 많은 시민들의 뜻이었습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바람에 귀를 기울이고 따라야 합니다. 발의된 조례안에 따라 내년도부터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등 서울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예산 편성에 나서야 합니다.

돈이 없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등 전시성 토목 사업을 줄인다면 가능합니다. 어차피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필요한 예산 2천295억원을 서울시교육청과 자치구와 함께 분담하기 때문에 서울시가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예산 문제도 해결될 수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재선 이후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소통과 화합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하지만, 말로만 그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겠죠. 오 시장은 자신의 다짐과는 다르게 오 시장은 전면 무상급식 대신 저소득층에만 국한된 차별 급식을 주장하며 시민들의 뜻이 담긴 조례안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차별없이 밥을 먹이는 것이 화합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오세훈 시정'은 왜 모른 체 하는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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