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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국회 무시하는 민간인 불법사찰 가해자들

오늘 국회 정무위의 국무총리실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야당은 민간인 불법사찰에 청와대 등의 윗선이 개입했다고 주장했고 여당은 민간인에 대한 사찰의 부당성을 부각시켰습니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이 청와대에 일주일의 한번씩 사찰 내용을 보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불법사찰을 지시한 윗선이 청와대라는 겁니다.

박 의원은 "지난 9월 28일 서울지법 525호 법정에서 있었던 재판을 방청하면서 검찰, 변호사, 증인들이 '청와대 특명, 하명 사건'이라 부른 것을 보았고 이 전 지원관의 청와대 보고 내용도 알게 됐다"면서 "2008년 9월 25일 양평에서 열린 워크숍에 이영호 전 비서관이 참석한 것도 확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이 민간인 불법사찰 혐의로 7월 24일 새벽 서울중앙지검에서 구속이 집행되어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선숙 민주당 의원도 윗선의 비호 없이는 민간인 불법사찰은 일어날 수 없었을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박 의원은 "이 사건은 총리도, 총리실장도, 민정 수석도 문제를 알고 있었음에도 관여할 수 없는 불가침이 성역이었다는 것이 문제"라며 "윗선의 엄청난 비호 없이는 총리실과 총리가 아예 보고조차 받지 않은 치외법권 지대에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있을 수 없었을 거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은 공직윤리관실이 경찰청, 국정원 등의 내부망 회선으로 차적조회를 한 대상자 명단을 총리실이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합법적인 공직자만 조회한 거라면 그 내용을 숨길 이유가 뭐냐고 지적했습니다.

이 의원은 "총리실 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차적조회를 통해 개인 정보를 손쉽게 확인해 왔음에도 대상자 명단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면서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공직자만 조회한 것이면 그 내용을 숨길 이유가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은 윗선 개입 의혹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공직복무관리관실로 이름을 바꾼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근본적인 쇄신방안 마련은 약속했습니다.

증인으로 출석한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은 민간인에 대해 불법 조사를 했다고 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에서 김종익 NS한마음 전 대표와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 원문희 전 국민은행장 노무팀장(왼쪽부터)이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이날 불법사찰과 관련해 채택된 증인은 모두 12명, 이 중 고작 3명만 출석하자 여야 의원들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하지만, 오늘 회의는 김 빠진 국감이었습니다. 불법사찰과 관련된 핵심 증인들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채택된 증인은 모두 12명. 그 중에 피해자 김종익 씨와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 원문희 전 국민은행 노무팀장만 출석했습니다.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인규 전 지원관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 9명은 회의가 시작할 때까지 나오지 않았죠.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이들의 불출석을 비판했습니다.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할 증인들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한 처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오전 회의 도중 불법사찰 관련 불출석 증인 8명에 대해 동행명령권이 발동됐습니다. 하지만, 이인규 전 윤리지원관 등 핵심 증인 5명은 끝내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씁쓸했습니다. 국민의 세금을 받았던 사람들이 국민을 불법사찰하고 그것도 모자라 국정감사에도 나오지 않는 모습은 국민을 무시한 처사입니다. 민간인을 불법적으로 사찰해서 한 개인의 삶을 파괴한 이들이 또 다시 국민의 대표들이 진실을 규명하는 자리를 거부했다는 것은 정말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내일 재판 때문에 못 나온다는 해명은 변명에 불과합니다.

과연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의 '윗선'은 누굴까요. 갈수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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